삼성전자가 불소계열화합물(PFAS)이 없는 친환경 반도체 소재를 도입한다. 자연 분해가 어려워 '영원한 화학물질'이라 불리는 PFAS의 세계적 규제 움직임에 대응하려는 포석이다. 규제가 임박한 미국 반도체 생산 기지부터 '탈(脫) PFAS'를 시작, 점진적으로 범위를 넓혀갈 것으로 관측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반도체 소재 협력사와 'PFAS 없는' 극자외선(EUV) 린스액을 개발했다. 초미세 회로를 그리는 EUV 공정에 쓰는 소재로, 공정 후 남은 찌꺼기를 제거하고 회로를 견고하게 유지한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건설 중인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팹에 새로운 EUV 린스를 우선 도입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사안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PFAS 없는 EUV 린스액 개발을 완료하고 양산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내년 테일러 팹을 가동할 예정이다.
PFAS는 탄소와 불소의 강한 결합으로 내열·발수·전기절연성 등 특성을 가진 화학물질들이다. 반도체·디스플레이·의류·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에서 광범위하게 쓰인다. 그러나 생분해가 되지 않고 자연에 축적돼 인체에 악영향을 미치는 물질로 규정됐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 PFAS 규제를 강화하려는 이유다.
미국은 연방 정부뿐 아니라 각 주별로 PFAS 규제를 준비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가 1월부터 화장품에 PFAS 사용을 금지하는 게 대표 사례다. 반도체 분야에서도 이같은 논의가 이뤄지고 있어 업계 대응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에서 PFAS 규제는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피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PFAS가 없는 신소재 등 대체재가 필요해 소재 업체들이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소재 협력사는 이런 규제 추세에 사전 대응하기 위해 신소재를 개발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EUV 린스 뿐 만 아니라 회로 구현에 필수인 감광액(포토레지스트) 등 다수 소재에 PFAS 대체재를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포토레지스트 경우 삼성전자 소재 협력사인 동진쎄미켐이 관련 연구개발(R&D)을 추진 중이다. 동진쎄미켐은 2030년까지 전체 포토레지스트 포트폴리오에서 PFAS를 빼는 것이 목표다. 삼성전자를 주 고객사로 둔 원익머트리얼즈도 PFAS가 없는 반도체용 식각 가스 개발에 뛰어들었다.
업계에서는 PFAS 규제가 반도체 공급망 전반에 친환경 소재 개발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한다. 삼성전자 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에 포진한 다수 반도체 제조사가 규제 대상이 될 수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 외 TSMC, 인텔 등 반도체 제조 생태계 전반에 PFAS 규제가 영향을 줄 것”이라며 “친환경 대체 소재 개발 역량에 따라 공급망 판도가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