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거국(巨國) 사이 실리와 균형을

오는 20일(현지시각) 집권 2기를 시작하는 도널드 트럼프의 위세가 막강하다. 그의 관세 부과 계획을 극렬 반대해오던 캐나다 트뤼도 총리도 선거 참패에 이은 사퇴 표명으로 사실상 무릎을 꿇었다. 미국은 현재로선 어느 누구도 비토를 놓을 수 없는 지구촌 1극 패권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트럼프가 권좌에 다시 오르기도 전 임에도 이러니, 오른 뒤 형국은 예견된 수준을 뛰어넘을 수 있다.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등 우리 핵심 산업의 중단기 방향타가 트럼프 2기 정부 관세정책에 휘둘릴 수 밖에 없다. 주요국 시장에 대한 전략적 균형과 등거리 사잇길 전략은 미국 중심의 차단 또는 봉쇄로 인해 당분간 가로막히거나 회피가 불가피할 듯 하다. 수출은 역대 최고치 기록을 다시 쓰고 있다고는 하나, 그에 병행하는 수입은 고환율에 허덕일수 밖에 없는 구조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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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디 세계가 말 처럼 쉽게 봉쇄되고 꽉 막힐 곳인가. 모든 것이 연결된 사회이고, 지구촌이다. 산업 또한 그물처럼 얽혀있고 누군가에 의해 일방적으로 끊기거나 막힐 수 없는 생존 장치와 같다. 글로벌 공급망은 전쟁과 봉쇄 등으로 취약해지긴 했으나, 그 작동 원리에 따라 필요한 곳은 굵어지고, 또 어떤 곳은 끊일지라도 전체 흐름은 유지되고 있다. 더구나 지구촌 연결성의 상징 같은 자본시장은 오늘 이 시각에도 국경을 넘어 활발히 거래를 키워가고 있다.

전세계 자본시장의 꽃 미국 뉴욕시장이 사실상 2025년 출발일인 6일(현지시각) AI주 훈풍에 활짝 웃었던 것은 CES2025에서 확인된 AI 상용화·대중화의 속도감에 자본시장이 반응한 것으로 받아들여 졌다. 지난해 3·4분기 부풀어졌던 AI주가 투자대비 자금 회수 가능성이 상당기간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혹독한 시련기를 거쳤던 것과 판이한 반응이다. 하지만, 이 작용의 출발점은 미국내 AI 빅테크들의 자체적인 AI 상업성 입증 보다는 태평양 건너 중국 폭스콘의 AI서버 실적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때문이었다.

이렇듯 글로벌 경쟁 체제에서 어느 한 방향으로의 편중과 다른 기회 봉쇄는 우리 스스로의 취약점을 키우는 일이다. 태평양 너머로 이어진 긴장의 줄이 팽팽해질 수록 우리는 더더욱 실리(實利)에 맞춘 발놀림과 지혜로 균형을 잡을 필요가 있다. 그리고 전혀 새로운 차원의 도전까지 준비해야하는 것이 2025년 시작점에 선 우리나라의 현위치다.

이진호 기자 jho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