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빨리 정시 발표가 이뤄져야 마음 편히 쉬던가, 아니면 재수를 시작하던가 할텐데 지금은 이도저도 아니게 하루하루만 보내는 것 같아요.” 한 수험생의 말이다.
'그래도 어디 대학 한 곳은 붙지 않을까'라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데, 혹시 모를 상황 때문에 마음이 불편하다. 그렇다고 다시 공부를 시작하자니, 그래도 희망적인 기대가 있어 책이 선뜻 손에 잡히지 않는다. 대입 정시를 지원하고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는 수험생들의 마음이다.
대입 정시를 지원한 학생들 상당수는 이처럼 한달 이상을 무의미하게 보내는 경우가 많다. 이는 대입 정시 합격자 발표가 늦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현재 대학의 정시 최초 합격자 발표 일정은 2월 7일까지다. 소수 몇개 대학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2월 7일 발표다. 이날 대부분의 대학들이 최초 합격자를 발표하면 2월 말까지, 심지어 3월 초까지 추가합격이 이뤄지게 된다. 수험생들은 경우에 따라 2월 7일부터 말일까지는 피말리는 나날을 보내게 된다.
대입 정시 지원은 고려대 등 일부 대학은 1월 2일, 대부분의 대학은 3일 마감했다. 정시 발표는 마감 후 한달이 지나서야 이뤄지는 셈이다. 정시 발표는 수시와 달리, 학생을 선발하는 기준이 매우 단순하다. 수능 성적으로 학생을 선발하기 때문에 오래 걸리지 않는다.
서울대와 연세대가 내신을 최초합격자 발표해 포함한다 하더라도, 이미 등급이 모두 계산돼 있기 때문에 복잡하지 않다. 물론, 실기가 포함된 예체능 등 계열은 제외한 얘기다. 다시 말해 실기가 없는 일반전형 정시 최초합격자 발표는 오랜 시일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정시 모집 마감 후 4일만인 지난 7일 성균관대는 의예과와 예체능계열을 제외한 정시 일반전형 최초합격자를 발표했다. 당초 공지했던 합격자 발표일인 2월 7일보다 한달 정도를 앞당겨 발표한 셈이다. 이후 중앙대, 가천대도 정시 일반전형 최초합격자를 발표한 상황이다.
성균관대가 4일만에 정시 일반전형 최초합격자를 발표했다는 것은 다른 대학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얘기다. 성균관대 2025학년도 정시 일반전형 경쟁률은 가군 4.03대 1, 나군 4.61대 1, 다군 27.55대1로 총 9325명이 지원했다. 지원 규모는 여느 대학과 비교해도 적지 않다. 이러한 성균관대도 최초합격자를 발표하는 데 4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더군다나 수험생들의 성적은 모두 전산화 된 상태로 지원이 이뤄지는데, 최초합격자 발표에 오랜 시간이 걸릴 이유는 더더욱 없다. 일부 학생이라 하더라도, 수험생들의 1월을 무의미하게 보내지 않도록, 대학이 정시 최초합격자 발표 일정을 앞 당길수는 없는 걸까. 굳이 한 달 이상의 긴 기간을 보내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이를 기다리는 수험생이나, 이를 바라보는 수험생 학부모 모두에게 불필요한 에너지만 소비하게 만드는 것 아닐까 싶다.
한 학부모는 “수험생 자녀를 둔 부모가 죄인이죠”라고 말한다. 아무것도 잘 못한 것이 없는데, 수험생 자녀를 둔 이유만으로 대학에, 교육 당국에 죄인 같은 마음으로 조마 조마해야 한다. 많은 전문가들은 입시 서비스가 수요자인 수험생 마음을 배려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신혜권 이티에듀 대표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