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딥시크의 인공지능(AI) 모델 성능이 미국 오픈AI·구글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앞선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세계 AI 산업 패권 경쟁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미국 정부의 중국 대상 최첨단 기술 수출 금지 등 제약 상황에도 딥시크가 개발한 AI 모델의 수학·코딩·언어 능력이 미국 빅테크와 맞먹는 수준으로 평가, 미국 실리콘밸리는 경탄과 우려가 뒤섞인 패닉 상태다.
보다 많은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데이터로 AI 기술 패권에서 우위를 차지한다는 '스케일링 법칙'에 균열이 생긴 것은 물론 중국이 미국을 넘어 AI 패권 경쟁 승자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생겨났다.
AI 3대 강국(G3) 도약이 목표인 우리나라도 비상등이 켜졌다. 정부의 법·제도 지원과 기업의 투자·연구개발(R&D)이 적기에 이뤄지지 않으면 1·2위와 격차가 상당한 3위에 불과할 것이 자명한 만큼 법·제도 정비와 산·학·연·관 협력 기반 기술 발전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中, 오픈소스로 AI 경쟁력 확대 발판 마련
중국 딥시크는 거대언어모델(LLM) 'V3'와 추론 특화 모델 'R1' 등 AI 모델을 연달아 선보였다. 소스 코드나 모델 파라미터를 공개(오픈소스화), 세계 개발자와 연구자들이 딥시크 AI 모델을 자유롭게 수정·재학습하게 하며 협업과 생태계 확장에 유리한 위치를 확보했다.
딥시크 R1은 일부 벤치마크 테스트에서 오픈AI의 추론 모델 'o1'보다 앞선 것으로 나타나 파장을 일으켰다. 딥시크가 활용한 GPU 수가 미국 빅테크 기업의 8분의 1 수준으로 알려졌음에도 추론 성능이 비슷하거나 일부는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오픈소스 기반 AI 개발 경쟁을 촉진하며 AI 연구에서 기술 혁신 접근성과 투명성이 중시되는 새로운 방향을 만들어낸 것으로 평가된다. 딥시크에 따르면 V3 개발에 훈련 비용 550만달러(약 79억원)를 투입했다. 오픈AI 경쟁사인 앤트로픽의 AI 모델 개발 비용은 1억~10억달러(약 1400억~1조4000억원)로 큰 차이가 있다.
딥시크가 저비용으로 오픈AI·구글·메타 등 미국 빅테크 기업이 수천억~수조원으로 개발한 모델과 대등하게 경쟁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훈련 비용이 전체 AI 모델 개발 비용의 일부로 GPU 확보 등 총 비용 규모는 훨씬 클 것이라고 진단했지만 AI 모델 개발에서 효율성과 혁신을 증명한 사례라고 판단했다.

◇'더 똑똑한' 모델로 개발 패러다임 전환?
딥시크가 더 적은 수의 다운그레이드된 GPU로도 효율적이고 정교한 접근을 통해 경쟁력 있는 추론 모델을 개발하면서 AI 개발 패러다임이 변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스케일 위주에서 효율성 중심 AI 개발 방법이 주목받게 됐다.
최소한의 인프라로 AI 모델 개발 비용을 절감하고 오픈소스로 생태계를 개방하면서 보다 많은 기업과 나라에서 AI 기술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딥시크는 미국의 대중 수출 제한 정책 여파로 AI 모델 개발에 필요한 GPU 사양을 미국 빅테크 대비 낮출 수밖에 없었다. 적은 자원으로도 미국 빅테크와 경쟁할 수 있는 AI 모델 구축에 성공, 부족한 인프라를 소프트웨어(SW) 등 기술과 아이디어로 보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경전 경희대 교수는 “사용자 관점에서 딥시크를 사용해 봤을 때 챗GPT를 대체할 만큼 성능을 갖췄다고 보인다”면서 “이를 오픈소스로 공개한 덕분에 더 많은 이가 AI 개발에 참여하고 양질의 AI 서비스가 많이 만들어져 AI 춘추시대까지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2조원 규모 예산과 AI기본법 중심 제도 정비를 앞두고 있는 우리나라도 이러한 미·중 경쟁 상황을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용덕 바로AI대표(전 엔비디아코리아 지사장)는 “딥시크가 AI 스타트업임에도 혁신적 성과를 보여줄 수 있었던 배경에는 뛰어난 인재를 비롯해 자금과 추진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면서 “우리나라도 과감한 투자와 지원을 신속하게 추진한다면 제2, 제3의 딥시크가 충분히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진 기자 truth@etnews.com, 김지선 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