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메디슨이 심장 초음파 진단기기 시장에 진출한다. 산부인과·영상의학과에 이어 심장내과까지 제품 라인업을 확장, 글로벌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강력한 인공지능(AI) 기능을 바탕으로 GE헬스케어, 지멘스 등 글로벌 강자와 한판 승부를 예고했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메디슨은 최근 심장내과 전용 심장 초음파 진단기기 3종(cV8·cV7·cV6)에 대한 미국 식품의약국(FDA) 시판전 허가(510k)를 획득했다. 회사가 심장 초음파 진단기기 제품을 허가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르면 상반기 중 출시가 유력하다.

cV 라인업은 기존 범용 초음파 진단기기인 'V 시리즈'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심장 초음파 전용 솔루션이다. 'cardiovascular(심혈관)' 약자인 'c'를 붙였다. cV8은 프리미엄 제품으로, cV7·cV6는 고급과 중형급 제품으로 개발됐다.
이 제품은 심장 전문의 진단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컨트롤 패널에 심장 부위 진단을 용이하게 하는 기능을 배치했고, 심장학 전용 워크플로우를 제공한다.
삼성메디슨 독자 AI 기능도 탑재했다. '하트어시스트' AI 진단 보조기능은 측정 버튼을 누르면 심장 진단에 필요한 단면을 분류하고, 측정 항목을 선정해 결과를 제공한다. 오토IMT 플러스 기능은 총 경동맥 전벽과 후벽 내막-중막 두께를 측정, 심혈관 질환의 잠재적 위험을 분석한다.
삼성메디슨은 꾸준히 심장 초음파 진단 기술 확보에 매진해 왔다. 2023년 8월 프리미엄 범용 초음파 진단기기 'V8'에 성인 심장 자동측정 기능을 추가했고, 지난해 12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북미영상의학회(RSNA)에선 소아 심장 진단 전용 프로브를 공개하기도 했다. 특히 핵심 경쟁력으로 꼽히는 AI 기술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5월 유규태 대표 취임 후 첫 조직개편을 단행, AI&인포메틱스 그룹을 신설하고 산하에 심장내과를 포함한 5개 랩을 신설한 바 있다.

삼성메디슨이 심장 초음파 진단기기 시장에 뛰어든 것은 시장성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관상동맥질환을 포함한 심혈관 질환은 암과 함께 사망 원인 1, 2위를 다툴 정도로 위험한 병이다. 국내에서도 심뇌혈관 환자 수만 130만명이 넘을 정도다. 환자 수가 늘면서 이를 진단, 치료하기 위한 심장 초음파 진단기기 수요도 덩달아 늘어나는 추세다.
이 같은 추세에 따라 지멘스 헬시니어스는 지난해 1월 자체 개발한 AI 기술로 고품질 이미징, 진단 자동화를 구현한 심장 초음파 진단기기 '아쿠손 오리진'을 출시했으며, GE헬스케어 역시 같은 해 10월 AI 심장 촬영 보조 기술을 탑재한 현장 진단 초음파 기기 '베뉴 패밀리'를 공개했다.
삼성메디슨은 이번 제품 허가로 산부인과용(HERA 시리즈)과 영상의학과용(RS 시리즈), 범용 초음파 진단기기(V 시리즈)에 더해 라인업을 확장,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미국과 유럽 등 의료 선진국을 중심으로 판매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메디슨 관계자는 “이번에 허가 받은 cV8, cV7, cV6으로 세계 초음파 진단기기 시장을 공략해 글로벌 초음파 진단기기 시장 점유율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