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으로 치매 치료 길 열릴까”…레디큐어, 하반기 임상 도전

국내 스타트업이 방사선 기기를 활용한 치매 극복에 도전한다. 올해 하반기 저선량 방사선 치매 치료 임상시험에 들어가며 상용화를 타진한다.

레디큐어는 올해 하반기를 목표로 디지털 엑스선 기반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 의료기기 '헬락슨' 허가임상을 준비하고 있다. 충북대병원에서 25명의 실험군에게 헬락슨 치료를 실시하고, 1년이 지난 후 인지 기능이 개선되는지 대조군 25명과 비교한다. 이를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과 의료기기 3등급 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레디큐어는 강동경희대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전문의 정원규 교수가 2021년 10월 설립했다. 8년 전 치매 상태 쥐에게 방사선을 쪼였더니 알츠하이머 원인 물질 아밀로이드 베타가 상당히 사라졌다는 해외 논문을 접하면서 치매 치료에 관심을 가졌다. 그는 한국연구재단과 한국수력원자력 등의 지원을 받은 연구에서 저선량 전용 방사선의 인지 기능 개선 효과를 확인했다.

정 대표는 “암세포 사멸이 목표인 방사선 암치료와 달리 치매 대상 방사선 치료는 신경세포를 살려야 한다”면서 “전임상을 거치며 방사선 양과 빔 방출 형태·각도 등 조합한 개인 맞춤형 치매 치료 기술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헬락슨은 기존 약물치료 기술이 치매 원인 단백질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의 직접 제거로 접근한 것과는 차이가 있다. 헬락슨은 좀 더 근본적으로 뇌 내 면역 세포인 미세아교 세포 형질 변환에 집중한다.

정 대표는 기존 치료제와 경쟁관계가 아닌 보완관계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2023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레켐비는 최근 뇌출혈, 부종 등 부작용 우려가 나온다. 뇌 내로 침투하기엔 고분자 물질이다 보니 예민하게 반응해 염증이 나타난 것이다.

정 대표는 “저선량 방사선을 쐬면 일시적으로 뇌 혈관장벽(BBB)를 열어 레켐비 약물 농도를 낮춰도 물질이 침투된다”면서 “약물과 저선량 방사선 궁합을 잘 맞추면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 효과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회사는 하반기 임상을 거쳐 2027년 상반기 제품 출시를 기대했다. 동시에 알츠하이머성 치매뿐만 아니라 경도인지장애, 우울증 등 치료 적응증을 넓히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레디큐어는 퓨처플레이의 프리A 투자유치와 중소벤처기업부 딥테크 팁스 선정 등 20억에 가까운 개발 자금을 확보했다. 회사는 의료장비기업과 협업 가능성도 열어뒀다.


정 대표는 “연구자주도임상에서 저선량 방사선 치료 가능성을 봤기에 준비 중인 임상에서 분명한 치료 효과를 자신한다”면서 “고비용과 부작용 문제가 있던 기존 치매 치료 시장에 변화를 주도하겠다”고 말했다.

정원규 레디큐어 대표
정원규 레디큐어 대표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