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M5, 이오테크닉스 장비로 자른다

경기도 안양에 위치한 이오테크닉스
경기도 안양에 위치한 이오테크닉스

이오테크닉스가 애플 차세대 반도체 공급망에 진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막 양산을 시작한 애플 반도체 'M5' 제조에 이오테크닉스의 웨이퍼 가공·절단 장비가 적용됐다. 일본 디스코가 주도하는 절단 장비 분야에서 이오테크닉스가 존재감을 키워 주목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이오테크닉스는 펨토초 레이저 그루빙 장비 10대 이상을 대만 ASE, 미국 앰코, 중국 스태츠칩팩에 공급한다. 일부는 라인에 설치돼 가동을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ASE, 앰코, 스태츠칩팩 3사의 시장 점유율은 60% 이상을 차지, 전 세계 반도체 테스트 및 패키징(OSA641T)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곳이다.

특히 이오테크닉스 장비는 애플 M5 패키징 공정에 활용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출시 예정인 M5 칩은 대만 TSMC에서 회로를 새긴 후 OSAT 3사가 웨이퍼를 받아 패키징한다.

최첨단 칩인 만큼 정밀한 웨이퍼 가공·절단 작업이 필요한데, 이오테크닉스의 기술력이 인정받은 것으로 평가된다.

기존 레이저와 펨토초 레이저의 절단 상태 비교(사진=한국전기연구원)
기존 레이저와 펨토초 레이저의 절단 상태 비교(사진=한국전기연구원)

레이저 그루빙은 회로가 새겨진 웨이퍼를 사각 칩 모양으로 자르는 공정이다. 레이저로 웨이퍼에 깊은 홈을 파(그루빙) 절단한다. 과거에는 블레이드라 불리는 다이아몬드 휠로 웨이퍼를 잘랐는데, 열과 이물(파티클) 발생이 많아 수율 안정화에 걸림돌로 지목돼 왔다. 이에 레이저가 대체 기술로 주목 받았다.

특히 이번에 이오테크닉스가 공급하는 장비는 1000조 분의 1초(펨토초)라는 극히 짧은 시간에 레이저 파장을 발생, 초미세 가공이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신 기술이기 때문에 상용화 사례는 많지 않았지만 칩 신뢰도를 확보하기 위해 도입을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오테크닉스는 애플 M4 칩 웨이퍼 절단에 피코초(1조 분의 1초) 레이저 장비를 공급한 바 있다.

애플 M5는 이제 초도 물량이 생산되는 만큼, 추가 장비 공급이 이어질 지 관심이 쏠린다. 애플 M5는 성능과 목적에 따라 일반 모델과 프로·맥스·울트라 버전으로 출시된다. 현재 애플은 일반 모델만 양산을 시작해 향후 프로·맥스·울트라 버전 제조를 위한 설비 투자가 예상된다.

이 사안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또 올해 안에 M5 칩의 대량 생산 전환(램프 업)이 이뤄질 예정”이라며 “이에 맞춰 이오테크닉스 펨토초 레이저 그루빙 장비가 추가로 공급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오테크닉스는 애플 칩 공급망 뿐 아니라 다수 반도체 제조사와 레이저 가공·절단 장비 공급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레이저 가공·절단 장비 수요에 적극 대응하는 모양새다.


이 때문에 일본 디스코가 주도하는 웨이퍼 가공·절단 장비 시장 판도 변화도 예상된다. 디스코는 반도체 절단 분야에서 독보적 위치를 점하고 있는 기업이다. 시장 점유율이 무려 70%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 실리콘' 반도체 이미지(사진=애플)
'애플 실리콘' 반도체 이미지(사진=애플)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