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부장 '2세 경영'시대…韓 첨단산업 변곡점 진입

이용한 원익 회장(왼쪽)·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
이용한 원익 회장(왼쪽)·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
원익·주성 등 2세 전면 등장
국가 미래 경쟁력 직결 화두
젊은 리더십 경영성과 주목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 등 우리나라 첨단 산업 발전의 허리가 된 국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계에 큰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무에서 유'를 일궈낸 창업주들 중심에서, 이들과는 다른 환경에서 자란 2세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어서다. 이들 세대교체는 기업 연속성은 물론 미래 국가 산업 경쟁력과 직결돼 중요 화두가 될 전망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원익그룹, 주성엔지니어링, 하나마이크론 등 소부장 기업 2세들이 전면 등장하고 있다.

반도체 장비·소재 분야 중견 기업이자 삼성 반도체 핵심 협력사인 원익그룹. 창업주 이용한 회장이 두 아들에게 그룹 최상위 지배기업인 호라이즌캐피탈 지분을 넘기면서 올해 2세 경영이 시작됐다.

업계에서는 승계 작업도 본격화돼 이 회장 장남인 이규엽 원익QnC 전무와 차남 이규민 원익IPS327 상무가 각각 반도체 소재부품과 장비 부문을 나눠 맡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주성엔지니어링은 오는 25일 개최되는 정기주주총회에서 창업주인 황철주 회장 아들 황은석 사장을 사내이사에 선임할 계획이다.

경영 승계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는 회사 설명이나 사내이사는 회사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 경영 성과에 대한 법적 책임도 져야 해 무게감이 다르다.

최창호 하나마이크론 회장(왼쪽)·김일부 상신이디피 대표
최창호 하나마이크론 회장(왼쪽)·김일부 상신이디피 대표

반도체 후공정 기업인 하나마이크론도 지주사 체제 전환으로 경영 승계에 돌입했다. 하나마이크론 창업주이자 최대주주인 최창호 회장은 1950년생으로, 업계에서는 인적분할을 통해 아들인 최한수 하나머티리얼즈 부사장의 경영권 확보를 전망하고 있다.

이 밖에 반도체 소재사 동진쎄미켐은 최근 창업주인 이부섭 회장이 별세해 차남인 이준혁 부회장 단독 대표이사 체제가 됐다.

또 배터리 부품사로 삼성SDI 핵심 협력사인 상신이디피는 최근 창업주인 김일부 대표가 아들인 김민철 전무에게 지분 100만주를 증여, 승계가 마무리됐다.

삼성전자 협력사이자 IT 부품사 인탑스 역시 창업주 김재경 회장이 장남인 김근하 대표에게 지난달에 지분을 증여하면서 최대주주가 바뀌었다.

승계 및 2세 등장이 동시다발적이면서 부쩍 늘어난 모습이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이준혁 동진쎄미켐 부회장·곽동신 한미반도체 회장·김근하 인탑스 대표·이종우 제우스 대표.
(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이준혁 동진쎄미켐 부회장·곽동신 한미반도체 회장·김근하 인탑스 대표·이종우 제우스 대표.

조금 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반도체 장비사인 한미반도체와 제우스 사례도 있다. 한미반도체와 제우스는 창업주 아들인 곽동신 회장과 이종우 대표가 지분을 넘겨받아 회사를 이끌고 있다. 카메라 모듈 제조사인 삼성전자 협력사 파트론은 창업주인 김종구 회장 장남 김원근 대표가 사업 총괄을 맡고 있다.

주요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 창업주 및 자녀 현황. - *별세 (자료=각사)
주요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 창업주 및 자녀 현황. - *별세 (자료=각사)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