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60~1990년대 기숙 학교와 스카우트에서 일하며 아동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영국 남성이 27년만에 붙잡혔다. 이 과정에서 AI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18일(현지 시각) 데일리메일 · BBC 방송 등에 따르면 영국 체스터 크라운 법원은 27년 만에 붙잡힌 소아성애자 리처드 버로스(80)에 적용된 54건의 아동 성 학대 혐의를 유죄로 판결했다.
앞서 105건의 혐의 중 43건을 자의로 인정한 데 더해 54건이 추가되면서 그는 총 97건의 혐의에 대한 유죄를 받게 됐다.
경찰에 따르면 그는 1969년부터 1971년까지 체셔주 콩글턴에 있는 데인포드 학교의 기숙사 사감으로 일하며 남학생들을 대상으로 성학대를 저질렀으며, 이후 1990년대 중반까지 스카우트 단체에서 일하며 여러 지역에서 성학대를 일삼았다. 피해자는 대부분 9살 정도의 어린 남자아이들이었다.
그는 1997년 아동 성범죄혐의로 법정에 서기 직전 돌연 자취를 감췄고, 사건은 그대로 미제로 남게 됐다. BBC가 미제 사건을 다루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크라임와치'를 통해서도 그의 사건을 다뤘지만 그의 행적은 어디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던 2023년, 체셔 경찰은 디지털로 그의 현재 모습을 추정하고 그 사진을 얼굴 인식 검색 엔진에 '핌아이즈'(PimEyes)에 입력했다. 그 결과 뜻밖에도 태국에 거주하는 79세 영국인 피터 스미스라는 남성이 검색됐다.

그는 태국의 휴양지 푸켓 찰롱에서 미디어 세일즈맨이자 지도 제작자로 일하는 영국 출신의 남성이었다.
경찰은 그의 피터 스미스의 과거를 조사한 결과, 리처드 버로스가 실종된 것과 거의 비슷한 시기 스미스가 태국으로 날아가 그곳에 정착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의 페이스북 속 사진은 버로스와 닮았고, 무엇보다 목에 있는 갈색 사마귀점이 동일했다.
경찰이 태국에 인도 절차를 진행하기 전, 마침 피터 스미스가 영국 히드로 공항으로 향했다.
그는 법정에서 '죄값을 치르기 위해' 돌아왔다고 했지만, 암과 심장병으로 의료비를 충당할 돈이 떨어지자 지인에게 “현실을 직시하게 될 때가 됐다”고 말한 사실이 확인됐다. 의료비와 생활 자금이 모두 바닥나자 모국으로 돌아간 것이다.
당시 그는 도주하기 위해 요트를 구매해 푸켓으로 떠나려 했으나, 배를 조종할 능력이 없고 푸켓에 남아 돈을 벌기 위해서는 일자리가 필요해 불치병에 걸린 지인 피터 스미스의 신원을 도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에서 그와 가깝게 지낸 지인에 따르면 그는 태국에서도 10대 남자아이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고 한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