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증 거쳐 하반기 양산 목표
AI 반도체 시장 선점 신호탄
SK하이닉스가 차세대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 선점을 향한 첫 신호탄을 쐈다. 전 세계 반도체 업계 최초로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 'HBM4' 12단 출하를 시작했다.
SK하이닉스는 19일 “주요 고객사에 HBM4 12단 샘플을 제공했다”면서 “당초 계획보다 조기에 출하, 고객사들과 인증 절차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구체적인 고객사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HBM 최대 거래처인 엔비디아가 유력하며, 브로드컴 등 다른 AI 반도체 업체에도 샘플을 제공한 것으로 관측된다. 〈관련기사 2면〉
HBM4는 아직 시장에 출시되지 않은 차세대 HBM이다. 초당 2테라바이트(TB) 이상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대역폭을 구현, 최신작인 HBM3E보다 60% 이상 빠르다. 풀HD급 영화(5GB) 400편 이상을 1초 만에 처리하는 수준이다.
특히 HBM4에는 가장 아래 단(베이스 다이)에 메모리 콘트롤러 등 로직 반도체가 적용된 것이 특징이다. 메모리 뿐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 역량까지 필요한 첫 HBM으로, SK하이닉스는 이를 위해 TSMC와 협업하고 있다.
SK하이닉스 HBM4는 이날 엔비디아가 미국에서 공개한 차세대 인공지능(AI) 반도체 '루빈'에 탑재될 전망이다.
내년 하반기 출시될 이 신형 반도체는 엔비디아 최신 칩인 '블랙웰'보다 추론 성능이 2배 이상 향상됐다. HBM3E가 적용되는 블랙웰과 달리 루빈은 HBM4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엔비디아 등 고객사 인증 절차가 남아있지만 HBM4를 만들어 고객사에 제공한 것은 SK하이닉스가 처음이어서 차세대 AI 반도체 시장 선점에도 중요 진전을 이룬 것으로 평가된다.
경쟁사인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 마이크론은 내년 HBM4를 양산하는 게 목표다. 양사는 아직 개발 단계로 샘플 공급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SK하이닉스가 한 발 앞서면서, 시장 주도권을 쥐는데 유리한 고지에 섰다.
SK하이닉스는 올 하반기 양산 준비를 완료할 예정이다. 이천과 청주 공장에 나눠 HBM4를 생산할 것으로 관측된다. 회사는 HBM4 생산 공간을 물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SK하이닉스는 2022년 HBM3를 시작으로 지난해 HBM3E 8단·12단도 업계 최초 양산에 성공했다. HBM 제품 적기 개발과 공급으로 시장 1위 지위를 이어가고 있다.
김주선 SK하이닉스 AI 인프라 사장(CMO)은 “고객 요구에 맞춰 꾸준히 기술 한계를 극복했다”며 “업계 최대 HBM 공급 경험에 기반해 앞으로 성능 검증과 양산 준비도 순조롭게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