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POSTECH)은 김종규·최시영 신소재공학과 교수·문석호 박사 연구팀이 프랑스 몽펠리에대 기욤 카사부아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차세대 전자기기와 양자기술을 위한 신소재 합성에 성공했다고 20일 밝혔다.
2차원 물질은 원자 한 층으로 이루어진 극도로 얇은 소재다. 두께가 종이 한 장보다도 1만 배 이상 얇다. 이 층들은 레고 블록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조립할 수 있는데 쌓이는 방식과 순서, 각도에 따라 전기적·광학적 특성이 크게 달라진다.

이러한 2차원 물질 중 '육방정계 질화붕소(h-BN)'는 전자 소자의 절연체나 광학 소자에 널리 쓰이는 중요한 소재다. 전자기기의 '절연 테이프'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 h-BN은 지금까지 같은 극을 가진 자석끼리 서로 밀어내듯 열역학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2인치 크기의 단결정 질화갈륨(GaN) 웨이퍼를 기판으로 사용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했다. 기존 연구들은 주로 구리(Cu), 니켈(Ni) 등 금속이나 사파이어 기판을 사용했으나, 연구팀은 질화갈륨 표면의 계단 구조를 '성장 가이드'로 활용해 h-BN이 일정한 방향으로 정렬되도록 유도했다.

특히 연구팀은 전자를 소량 도입하는 '도핑(doping)' 기술을 통해 불안정하다고 여겨졌던 이 구조가 오히려 더 안정적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는 것이다. 이는 h-BN뿐만 아니라 2차원 반도체 물질의 적층에도 적용되어 양자 기술이나 차세대 초소형 전자기기 개발 연구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종규 교수는 “단순한 과학적 발견을 넘어 2차원 소재 산업화의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할 것”이라고 평가했고, 문석호 박사는 “전하 도핑과 기판 계면 설계를 통해 원자층 적층 구조를 제어할 수 있다는 점을 실험과 이론으로 입증한 연구”라고 설명했다.
한편, 교육부 글로벌박사펠로우십사업, 기초과학연구역량강화사업 (소재이미징 해석연구센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견연구자지원사업, 나노및 소재기술개발사업, 산업자원부 전자부품산업기술개발사업, 삼성전자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이번 연구결과는 19일 재료과학 분야 국제 권위지인 '네이처 머티리얼즈(Nature Materials)'에 게재됐다.
포항=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