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882억 부당대출 적발…해외 골프 청탁·금품수수에 은폐까지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에서 882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부당대출을 실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현직 직원들이 배우자 및 입행동기와 공모해 총 58건에 이르는 부당거래가 발생했다. 임직원들 사이에 각종 청탁과 금품수수가 오간 것은 물론 기업은행 차원에서도 부당대출을 은폐·축소하기 위해 관련 자료를 삭제하는 등 금융당국의 검사를 방해하기까지 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25일 이같은 내용의 '은행 이해관계자 부당거래에 대한 검사 사례'를 발표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기업은행 퇴직 직원 A씨는 기업은행의 대출 심사역으로 근무하고 있는 배우자에게 허위 증빙 자료를 제출하고 64억원 규모의 법인대출을 실행한 뒤 토지를 매입했다. A씨는 해당 토지를 지식산업센터로 완공하기 위해 공사비(59억원)가 필요했는데, 거래처로부터 빌린 돈을 법인의 자기자금으로 가장하고 배우자(심사역)를 통해 59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을 받아 공사비를 마련했다.

A씨는 기업은행 고위 임원에게 청탁해 본인 소유 지식산업센터를 은행 신규 점포 장소로 선정하기도 했다. 골프접대를 제공한 것은 물론 고위 임원 자녀를 본인 업체에 취업한 것처럼 꾸며 2년간 6700만원의 돈을 급여 명목으로 지급하기도 했다.

건설사의 청탁을 받아 입행동기들과 함께 부당대출 78억원을 주선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A씨가 운영 중인 법인에도 138억원의 부당대출을 한데다 법인 중 일부는 심사센터장 B씨의 친인척이 지분을 보유한 사례도 적발됐다.

기업은행 882억 부당대출 적발…해외 골프 청탁·금품수수에 은폐까지

기업은행 부당대출을 공모한 직원의 금품수수 정황도 드러났다. A씨가 지급한 금액도 총 15억7000만원 상당에 이른다. 국내는 물론 해외(필리핀)에서 골프접대를 받은 정황도 포착됐다.

기업은행 본사 차원의 내부통제도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기업은행은 전현직자들의 비위행위를 지난해 9월께 인지하고도 담당 부서에 전달하지 않았다. 금감원 보고가 이뤄지지 않은 것도 물론이다. 부당대출 관련 지점들을 동시에 감사하지 않고 순차적으로 진행함으로써 증거 인멸 및 은폐를 시도하기도 했다.

금감원에 보고 과정에서도 사고 경위를 허위로 기재하고 일부 금품수수 내역을 누락하기도 했다. 금감원 검사 기간 중 부서장 지시로 자체조사 자료와 사내 메신저 기록을 삭제하는 등 조직적으로 금감원 검사를 방해하기까지 했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금감원 검사 이후에도 부서장 지시로 관련 지시 삭제하는 등 검사 방해 정황도 발견됐다”면서 “검사 방해 정황도 추가 확인이나 사실관계 규정이 필요. 확인되는대로 사후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김성태 IBK기업은행장은 “금감원 감사 결과를 철저한 반성의 기회로 삼아, 빈틈없는 후속조치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기업은행은 업무 프로세스, 내부통제, 조직문화 전반에 걸친 강도 높은 쇄신책을 조만간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이날 금감원은 가상자산사업자 빗썸의 전·현직 임원에 대한 부적정한 임차 사택 계약 사례, 농협조합의 1083억원 규모 부당대출 사례 등도 공개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