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특정 단백질 정밀 변형하는 바이오결합기술 개발…단백질 치료제와 표적 약물 전달 등에 활용 기대

포스텍(POSTECH)은 오승수 신소재공학과 교수, 조혜성 박사 연구팀이 복잡한 생체 환경에서 특정 단백질만 선택적으로 변형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최근 화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미국화학회지(JACS) 온라인판 부표지(Supplementary Cover) 논문으로 선정됐다.

단백질은 우리 몸을 구성하는 필수 요소로, 질병 진단과 치료 연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정 단백질에 형광 물질을 부착해 암세포를 식별하는 등 단백질을 활용한 바이오 결합 기술을 통해 질병 진단, 신약 개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자연 상태 단백질의 부위 및 작용기 선택적 결합을 위한 핵산 기반의 공유결합 모식도
자연 상태 단백질의 부위 및 작용기 선택적 결합을 위한 핵산 기반의 공유결합 모식도

하지만, 기존 방법은 변형할 수 있는 단백질 종류가 제한적이거나, 유전자 조작이 필요할 수도 있으며, 무작위 변형으로 인해 단백질의 기능이 손상될 위험이 컸다. 무엇보다 생체 환경에서는 특정 단백질만 선택적으로 변형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연구팀은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이를 해결했다. 연구팀은 '디옥시옥사노신(dOxa)'이라는 화합물을 핵산 기반 분자 인식 물질인 압타머(aptamer)와 결합해 특정 단백질의 원하는 부위만 정밀하게 변형하는 기술을 구현했다.

이 기술을 이용해 dOxa를 표적 단백질 45개 반응기 중 단 하나에만 선택적으로 결합시켰다. dOxa는 기존의 생체분자 변형 물질(NHS ester)보다 약 100만 배 안정적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실온에서 한 달 이상 보관이 가능하며, 생체 환경에서도 4시간 만에 거의 100% 결합하는 등 높은 효율을 보였다.

오승수 교수(왼쪽)와 조혜성 박사
오승수 교수(왼쪽)와 조혜성 박사

특히, 연구팀은 살아있는 세포에서 암세포 주요 지표 단백질을 동시에 각각 선택적으로 표지하는 데도 성공했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생체 내 단백질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관찰하고, 암세포 성장 과정에서 이 지표 단백질 수용체의 역할을 규명할 수 있었다. 생체 환경에서 단백질의 기능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자연 상태의 특정 단백질만 변형하는 데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기술은 암 진단과 치료를 넘어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정 암세포만을 타깃으로 하는 '항체-약물 접합체' 개발, 암 조직을 선명하게 구별할 수 있는 생체 영상 기술, 특정 단백질을 조절해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는 맞춤형 정밀 치료 등에서 활용될 수 있다.

오승수 교수는 “이 기술은 단백질 기반 치료제와 생체 영상 기술, 표적 약물 전달 같은 분야에서 널리 활용될 것”이라고 했다. 제1저자인 조혜성 박사는 “특정 단백질을 원하는 방식으로 정밀하게 변형할 수 있는 접근 방법을 제시했다. 앞으로 항체 약물 결합체, 생명 메커니즘 연구 등 다양한 분야로 연구를 확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 연구는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센터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포항=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