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법재판소(헌재)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인용함에 따라 정치권은 3년 만에 다시 '대통령 선거' 모드에 돌입하게 됐다. 중도·진보 계열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중도층 어필을 위해 안정감을 주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헌재는 4일 윤 대통령에 대해 파면 결정을 내렸다. 12·3 비상계엄이 발생한 지 123일 만이자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 111일 만이다. 이에 따라 다음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한 대선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다. 헌법 68조 2항에 따르면 다음 대선은 60일 이내인 6월 3일 이전에 치러야 한다.
조기 대선 국면에서 가장 유리한 쪽은 단연 이 대표다. 이 대표는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를 묻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차지하고 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26~28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510명을 대상으로 여야 차기 대선 주자 적합도를 물은 결과 이 대표는 49.5%를 기록해 1위를 차지했다.
차기 대선 양자 가상대결에서도 이 대표는 여권 대선 주자들을 오차범위 밖에서 모두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명(54.1%)-김문수(28.5%) △이재명(54.5%)-오세훈(23%) △이재명(54%)-홍준표(23.5%) △이재명(54.3%)-한동훈(17.2%) 등이었다.
이를 중도층으로만 한정하면 △이재명(61.3%)-김문수(20.5%) △이재명(61.7%)-오세훈(19.2%) △이재명(62.1%)-홍준표(19.9%) △이재명(61.2%)-한동훈(17.9%) 등으로 조사됐다.
이 대표는 이르면 다음 주 초 당대표직을 사퇴한 뒤 본격적으로 당내 경선 준비에 돌입할 전망이다. 다만 다른 경쟁자의 지지율 차이가 큰 탓에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무난하게 당내 경선을 통과할 것으로 예상한다. 진보 계열 정당과의 단일화 과정도 비슷하다.
가장 큰 문턱은 통합이다. 윤 대통령 구속 취소 이후로 친명계와 비명(비 이재명)계의 갈등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긴 했지만 여전히 당내 갈등은 뇌관이다. 특히 경선 과정 등에서 다시 이러한 파열음이 다시 발생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울러 다른 정당과의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도 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 대표가 대선 과정에서 국민들에게 안정감을 더욱 어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조기 대선 과정에서 중도층의 표심을 끌어오는 것이 중요해진 이 대표 입장에서 이들에게 안정감을 줘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정치적 동력 확보를 위해서는 압도적인 승리가 중요한 만큼 유능함을 더욱 강조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윤 대통령 탄핵 심판 과정에서 드러난 극단적인 진영 간 갈등을 수습해야 하는 것도 이 대표의 몫으로 평가된다.
민주당과 이 대표는 해결책으로 실용주의와 성장을 꺼낼 것으로 관측된다. 그동안 '성장'과 '실용주의'를 주로 언급했던 이 대표는 대선 과정에서 이를 더욱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인공지능(AI) 등 과학기술 발전을 성장 동력으로 삼는 방안을 더욱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친명(친 이재명)계를 중심으로 이 대표가 '성장'을 전면에 내세울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민형배 민주당 의원은 탄핵 인용 직후 본지와 만나 “오만한 정치권력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라며 “민주당은 앞으로 겸손해야 한다. 민주당이 진짜 시민들의 뜻을 잘 받들지 못하면 끝”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권자인 시민들은 (앞으로) 오만한 정치권력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기사에 인용한 여론조사는 무선(100%)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했고 응답률은 6.4%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