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살면 치매 예방된다고?...'나 혼자' 사는 사람, 기혼자보다 치매 위험 낮았다

항아밀로이드제 처방받아 복용하면
알츠하이머 조기 발병 위험 크게 줄여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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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자가 기혼자보다 치매 걸릴 위험이 최소 50%가 낮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어 주목받고 있다.

최근 《알츠하이머와 치매(Alzheimer's & Dementia)》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이 결혼한 사람들보다 치매 위험이 낮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국 플로리다주립대 연구진은 50세에서 104세 사이의 성인 2만4107명을 대상으로 최대 18년간 매년 평가를 진행했다. 평가 과정에서 참가자들은 인지 상태에 대한 신경 심리학적 검사와 임상의 평가를 받았다. 연구 결과, 이혼했거나 과부였거나 결혼한 적이 없는 현재 미혼 상태의 성인 모두가 기혼 상태의 성인보다 치매, 알츠하이머병 또는 루이소체 치매에 걸릴 위험이 최소 50%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미 경미한 인지 장애를 가진 참가자들 중에서도 미혼 상태인 사람들은 치매로 진행될 가능성이 낮았다. 결혼한 참가자 중 일부는 연구 기간 동안 이혼 등의 이유로 싱글이 되었는데, 이들은 결혼 생활을 유지한 참가자보다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더 낮았다. 항상 독신이었던 사람들은 모든 그룹 중에서 가장 낮은 위험을 보였지만, 다른 미혼 그룹과의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연구 저자인 셀린 카라코세 박사는 “결혼한 적이 없는 사람들은 친구 및 이웃과의 교류가 더 활발하고 건강한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다”며 “결혼한 사람들은 사회적 통합이 덜하고 네트워크에서 덜 빈번하고 낮은 품질의 상호 작용을 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사회적 유대감의 차이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치매에 대한 보호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결혼한 사람들이 독신일 때보다 지속적으로 행복해지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1만1000명 이상의 스위스 성인을 대상으로 16년간 실시된 연구에 따르면, 결혼이 사람들의 건강 악화를 막지 못했으며, 오히려 결혼했을 때가 독신일 때보다 건강이 약간 나빠졌다는 보고가 있었다.

한편, 알츠하이머병의 조기 발병 위험을 줄이기 위한 새로운 방법이 제시되었다. 《랜싯 신경학(Lancet Neurology)》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뇌에 축적되는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제거해주는 항아밀로이드제를 조기에 처방하면 알츠하이머병의 조기 발병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WUSTL) 의대의 랜달 베이트먼 석좌교수가 이끄는 국제연구진은, 뇌에서 아밀로이드의 과잉 생산을 유발하는 희귀 유전적 돌연변이를 가진 73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실시했다. 연구 시작 당시 인지 문제가 없었고 평균 8년 동안 약물을 투여 받은 22명의 하위 그룹은 증상 발생 위험을 본질적으로 100%에서 약 50%로 낮췄다.

이번 연구는 치매로 가는 첫 단계가 뇌에 아밀로이드 응괴가 생기는 것에서 시작하며, 그 응괴를 제거하거나 형성을 차단하면 증상 발생을 막을 수 있다는 '알츠하이머병 아밀로이드 가설'을 뒷받침한다. 연구진은 2012년부터 알츠하이머병 예방치료제로서 항아밀로이드 약물을 평가하기 위해 '유전적 요소가 우성인 알츠하이머병 네트워크(DIAN)'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임상시험에 참여한 모든 참가자는 인지 저하가 전혀 없었거나 매우 경미했으며, 가족력을 기준으로 알츠하이머 발병이 10년~15년 뒤로 예상되었다.

이 연구 결과는 결혼이 반드시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점과, 조기 알츠하이머병 예방을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김태권 기자 tk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