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주식사라”던 트럼프, 몇 시간 뒤 “관세 유예” 발표

고율 관세에 1경 증발한 美 증시
유예 발표에 급등…M7, 2700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 연합뉴스

전 세계 증시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9일(현지 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설립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중국에 대한 미국의 관세를 즉시 125%로 인상한다”면서 이 외에 대미(對美) 보복에 나서지 않은 다른 나라의 상호관세 부과는 90일간 유예하겠다고 발표했다.

기본 관세는 10%로 유지하되 상호관세는 유예하는 것으로 국가별 적정 관세를 협상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중국에 대해선 125%를 유지하겠다며 “세계 시장에 중국이 보인 존경심의 부족에 근거한 것”이라고 위협했다.

발표와 동시에 뉴욕증시 3대 지수는 기록적인 수준으로 급반등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962.86포인트(7.87%) 오른 4만608.45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474.13포인트(9.52%) 급등한 5456.90, 나스닥종합지수는 1857.06포인트(12.16%) 폭등한 1만7124.97에 마감했다.

지난 5일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발표하면서 당일 증발한 뉴욕증시의 시가총액만 6조 6000억 달러에 달한다. 우리 돈 1경원에 달하는 돈이 하룻밤새 증발한 셈이다. 그의 취임 후부터는 시총 11조 1000억 달러(1경 6000조원)가 사라졌다.

전 세계가 패닉에 휩싸인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9일 오전 자신의 SNS에 “지금은 매수하기 딱 좋은 시점이다!! DJT”라는 글을 게재했다. DJT는 그가 설립한 미디어회사 '트럼프 미디어 & 테크놀로지 그룹'을 말한다.

그리고 그는 몇 시간 뒤 관세 유예를 발표했고, 뉴욕증시는 즉각 반등했다. 그가 “사라”던 DJT도 21.67%(20.27달러) 급등했다.

파랗게 질려 있던 대형 기술주 그룹 '매그니피센트7'(M7)도 모두 불기둥이 켜졌다.

관세 전쟁의 주요 피해 기업으로 꼽혔던 애플은 전날 대비 15.33%(198.85) 폭등해 마이크로소프트(MS)에게 내줬던 '시가총액 1위 기업'을 되찾았다. 시총 2위로 밀려난 MS 역시 10.13% 올라간 390.49달러로 장을 마쳤다.

트럼프 대통령의 '1호 친구'(퍼스트 버디)로 불리는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전기차업체 테슬라는 22.69% 폭등한 272.20달러에 마감했다.

이 외에 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는 18.72% 급등한 114.33달러,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은 11.98% 상승한 191.10달러,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모회사 메타는 14.76% 상승한 585.77달러,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은 9.88% 상승한 161.06달러에 마치는 등 모두 급등했다.

이날 하루만에 상승한 M7 상승분만 1조 8600억 달러(약 2700조원)에 달한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