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플랫폼 기술'이 바꾼 K바이오 수출 공식

[ET톡]'플랫폼 기술'이 바꾼 K바이오 수출 공식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올해 기록한 기술수출 계약 규모는 7조원에 육박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2조754억원보다 235.7% 증가한 수치다. 놀라운 건 이 중 다수가 단일 신약 파이프라인이 아닌 '플랫폼 기술'을 앞세워 성사된 빅딜이라는 점이다. '플랫폼 기술'이 조 단위 수출을 이끄는 기술수출의 새 공식을 형성하고 있다.

최근 대표 사례는 에이비엘바이오다. 이 회사는 이달 자사의 뇌혈관장벽(BBB) 셔틀 플랫폼 '그랩바디-B'를 영국 GSK에 최대 4조1000억원 규모로 기술 이전했다. 올해 전체 기술수출액의 58.8%를 혼자 끌어올린 셈이다. 그랩바디-B는 다양한 중추신경계(CNS) 질환에 적용 가능한 약물 전달 플랫폼이다. 앞서 2022년 사노피에 이전한 파킨슨병 치료제 후보물질에도 활용된 바 있다.

제약바이오 업계는 에이비엘바이오를 포함해 올해 총 5건의 신약 후보 물질, 플랫폼 기술이전 소식을 전했다. 지난달 알테오젠은 아스트라제네카와 정맥주사를 피하주사 제형으로 바꿔주는 플랫폼 'ALT-B4'의 독점적 라이선스 계약을 했다. 알테오젠은 'ALT-B4' 플랫폼으로 누적 6건, 총 9조원 규모 수출을 이끌어냈다.

지난해에는 항체 약물 접합체(ADC) 분야의 리가켐바이오가 기술수출 성과를 대거 거뒀다. ADC 기술 핵심 구성요소인 페이로드 플랫폼 기술인 'PBX-7016'를 보유하고 있는 피노바이오도 기대된다. 피노바이오는 2022년 셀트리온에 기술이전하기도 했다. 오름테라퓨틱도 표적 단백질 분해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K바이오 기업들의 조 단위 계약이 이어진다는 것은 국내 기술 성숙도를 보여준다. 특히 플랫폼 기술은 하나의 신약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파이프라인에 적용할 수 있다. 재사용 가능성과 확장성이라는 강점이 있다. 지금 K바이오의 키워드는 단연 '플랫폼 수출'이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