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메모리 공급 늘려야, 조건 맞으면 美든 어디든 팹 투자…액면분할 요청시 검토”

SK하이닉스 나스닥 상장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최태원 회장. 사진=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 나스닥 상장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최태원 회장. 사진=SK하이닉스 제공
AI 확산으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공급 앞서
액분 요청시 당연히 검토…아직 보고는 못받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하이닉스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 나스닥 상장을 계기로 한국 증시에 상장된 보통주의 액면분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공급 증가 속도를 크게 앞지르고 있다며 생산능력 확대에도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나스닥 마켓사이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액면분할 가능성에 대해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요청하면 당연히 검토할 것”이라며 “아직 관련 안건을 보고받지는 못했지만 검토는 해야 한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의 미국 ADR은 한국 보통주 10분의 1에 해당하는 구조다. 국내에서는 개인투자자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액면분할 요구가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최 회장은 ADR 상장이 국내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시장 특성과 투자자 선호에 따라 가격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한국 시장을 위축시키거나 파이를 나누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미국 내 추가 투자 가능성도 열어뒀다. 그는 “메모리반도체 공장은 전력과 용수, 대규모 부지 등 여러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며 “조건만 맞는다면 미국이든 다른 나라든 상관없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에 반드시 공장을 짓겠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고객 수요를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AI 확산으로 반도체 산업의 구조적 변화가 시작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과거와 같은 반도체 사이클로 움직이지 않는 것은 확실해졌다”며 “현재는 수요 증가 속도가 공급 확대를 훨씬 앞서고 있어 이런 추세는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AI가 발전할수록 학습과 추론에 필요한 데이터 저장량이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HBM과 D램을 덜 쓰는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메모리 수요 자체가 증가하는 흐름은 막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고객사들과의 만남에서도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생산량 확대였다고 소개했다. 그는 “고객들이 예상보다 훨씬 많은 메모리를 요구하고 있다”며 “공급 확대가 늦어지면 AI뿐 아니라 자동차와 소비재 등 다른 산업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최대한 빠르게 생산능력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반도체 업체들의 추격에 대해서는 “위협을 느낄 때는 이미 늦은 것”이라며 “AI 기술과 메모리 경쟁력을 더 빠르게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 회장은 이날 SK하이닉스의 나스닥 ADR 상장 기념 오프닝벨 행사에도 참석했다. SK하이닉스는 이번 ADR 공모를 통해 약 265억달러(약 40조원)를 조달하며 미국 시장에서 외국 기업의 ADR 발행 사상 최대 규모 기록을 세웠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