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 상용화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외골격 로봇이 휴머노이드 로봇보다 먼저 일상생활에서 사업 기회를 확보하고 있다. 의료·재활 기관과 연구실에서 주로 사용하던 외골격 로봇이 등산과 트레킹 등 야외 활동을 돕는 소비자용 장비로 진화하면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에서는 주요 산악 관광지에 외골격 로봇 대여 서비스가 잇따라 도입되고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도 확대되는 추세다.
올해 국경절 연휴에는 중국 내 50여개 산악 관광지가 하지 외골격 로봇 대여 서비스를 도입했다. 타이산(泰山), 화산(华山), 황산(?山), 어메이산(峨眉山) 등 주요 관광지에서는 외골격 장비를 착용하고 산을 오르는 관광객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게 됐다. 일부 관광지에서는 3시간 기준 80위안에 장비를 대여할 수 있어 케이블카를 대신하는 새로운 보조 수단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중국 상무부 자료에 따르면 10월 1~6일 주요 플랫폼의 외골격 보조기 판매액은 전년 동기 대비 12.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아웃도어 스포츠 장비 판매 증가율인 10.4%를 웃도는 수준이다.
외골격 로봇은 인체 외부에 착용해 사용자 움직임을 감지하고 필요한 동력을 제공하는 장치다. 근전도 신호와 보행 패턴, 관성 데이터 등을 분석해 사용자 동작 의도를 파악하고 모터와 배터리, 제어 시스템을 통해 보행이나 물건 들기, 하중 지지 등을 보조한다. 의료·재활 분야에서는 보행 훈련을 돕고, 산업 현장과 구조 활동에서는 작업자 신체 부담을 줄이는 용도로 활용된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인간 움직임과 작업을 기계로 재현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 외골격 로봇은 인간의 신체 능력을 보완하고 확장하는 데 목적이 있다. 완전한 자율 작업을 구현하기보다 기존 인력이 수행하는 활동을 직접 지원한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현실적인 상용화 경로를 확보했다는 분석이다.
시장 성장 배경에는 전동 구동 장치와 센서, 제어 기술의 발전이 있다. 과거 수십만위안에 달했던 전문 장비와 달리 최근에는 수천~수만위안대 소비자용 제품도 등장했다.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 성장으로 서보모터와 감속기 등 핵심 부품 공급망이 확대되고 가격 경쟁력이 개선된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AI 기술은 외골격 로봇 사용 편의성을 높이는 핵심 요소다. 센서와 알고리즘을 활용하면 사용자 보행 속도와 가속도, 균형 상태, 근육 움직임 등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보조력을 조절할 수 있다. 일부 제품은 사용자가 몇 걸음 걷는 동안 보행 패턴을 파악하고 개인별 신체 조건과 움직임에 맞춰 작동 방식을 조정한다. 이에 따라 기존 장비 단점으로 꼽혔던 부자연스러운 동작과 느린 반응을 개선하는 데 속도가 붙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는 소비자용 제품이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2025년 중국 외골격 로봇 출하량은 약 2만6000대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소비자용 보조 제품이 72.8%를 차지해 약 1만9000대에 달했다. 중국 상무부 자료에서는 2026년 상반기 지능형 외골격 제품의 수요가 전년 동기 대비 458.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징둥의 소매 데이터에서도 같은 기간 외골격 로봇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1500% 이상 늘었다.
소비자용 제품이 빠르게 성장하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낮은 진입장벽과 활용 범위에 있다. 의료·재활용 제품은 의료기기 등록 등 관련 절차와 전문적인 검증이 필요하고, 산업용 제품은 물류와 제조, 소방 등 현장별 요구에 맞춘 설계가 중요하다. 반면에 소비자용 제품은 등산과 트레킹 등 구체적인 생활 수요에 대응할 수 있어 구매뿐만 아니라 단기 대여 방식으로도 시장을 확대할 수 있다.

관련 기업들의 사업 확장도 활발하다. 중국 외골격 로봇 기업 지케 테크놀로지(极?科技)는 70여개 국가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으며, B라운드 투자에서 앤트그룹과 메이퇀룽주, 세쿼이아차이나 등의 투자를 유치했다. 중국 매체 롼뎬(?点) 보도에 따르면 이 회사의 2026년 출하량은 2만대를 넘어섰다.
2015년 설립된 켄치 테크놀로지(肯?科技)는 구동 제어와 자체 학습형 동작 보조 알고리즘을 자체 개발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등산 보조용 파이(π) 시리즈부터 고령층 보행 보조 제품, 산업용 허리 하중 분산 및 무릎 보호 장비까지 제품군을 확대했다. 타이산과 헝산(衡山) 등에서는 6000~7000위안대 파이 시리즈가 대여용 제품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 밖에 즈위안연구원이 개발한 '타산(踏山)' 외골격 제품은 중국 50여 개 도시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하이얼은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체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아웃도어 의류 기업 패스파인더(探路者)도 관련 제품을 선보이며 시장에 진입했다. 중국 내 외골격 로봇 완제품 기업은 약 80곳이며, 대학에서 파생된 스타트업과 대기업 내부 프로젝트 등을 포함하면 관련 기업은 200곳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외골격 로봇이 본격적인 대중 제품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우선 착용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다. 재활 보조기기라는 기존 이미지가 남아 있어 건강한 사람이 외골격을 착용하면 신체 능력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제품을 아웃도어 장비와 일상 보조기기로 인식시키고 실제 사용 경험을 확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무게와 착용감도 중요하다. 소비자용 동력 외골격 제품은 일반적으로 약 2㎏ 수준이며, 배터리와 구동 장치를 장시간 착용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이에 따라 탄소섬유 등 경량 소재를 활용하고, 사용자 움직임을 예측해 보조력을 자연스럽게 조절하는 기술 개발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제품은 1㎏대 중량을 구현하며 일상적인 착용 편의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수익성 확보 역시 관건이다. 관광지 대여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판매량이 빠르게 증가하더라도 이를 안정적인 이익으로 연결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시장 초기 단계에서는 제품 개발과 유통망 구축, 고객 확보에 비용이 투입되는 만큼 판매 확대가 실제 수익으로 이어지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이 심화하는 가운데 외골격 로봇은 인간의 신체 능력을 보완하는 실용 기술로서 성장 가능성을 갖고 있다. 실험실과 의료기관에 머물던 장비가 관광지와 야외 활동 현장으로 확산하면서 소비자와 접점도 넓어지고 있다.
외골격 로봇 산업의 향후 성패는 단순한 판매량 증가보다 가벼운 무게와 자연스러운 착용감, 합리적인 가격,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을 얼마나 빠르게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일시적인 체험용 장비를 넘어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제품으로 자리 잡는다면 외골격 로봇은 휴머노이드 로봇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피지컬 AI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자신문과 36케이알이 공동 기획한 기사입니다.
김현민 기자 min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