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고가 50도 찜질방 됐다”… 유럽 7개국 마트도 동시다발 해킹 당해

벨기에·스웨덴 등 수십개 매장 냉장·냉동고 마비
식품 대량 폐기 피해… 프랑스 사건과 유사 수법

2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인근 보르트메르베이크 델하이즈 슈퍼마켓에 설치된 냉장고가 사이버 공격을 받아 식품을 모두 진열대에서 내린 모습. 사진=AFP 연합뉴스
2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인근 보르트메르베이크 델하이즈 슈퍼마켓에 설치된 냉장고가 사이버 공격을 받아 식품을 모두 진열대에서 내린 모습. 사진=AFP 연합뉴스

지난달 프랑스에서 마트 냉장고를 노린 사이버 공격이 발생한 가운데, 이번에는 유럽 7개국에서도 비슷한 피해가 다발적으로 발생했다. 일부 매장에서는 냉동고 온도가 50도까지 치솟으면서 보관 중이던 식품을 대량 폐기하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3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최근 벨기에와 룩셈부르크, 스웨덴, 아일랜드, 네덜란드, 에스토니아, 핀란드 등 유럽 7개국의 슈퍼마켓에서 냉장·냉동 설비가 사이버 공격을 받았다.

벨기에와 룩셈부르크에서는 델하이즈 슈퍼마켓 약 40곳이 피해를 입었으며, 다른 국가에서도 일부 매장의 냉장·냉동고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

피해 설비 일부를 제조한 벨기에 기업 사브코벨은 공격자가 냉장·냉동고의 증발기를 강제로 성에 제거 모드로 전환해 내부 온도를 높인 것으로 파악했다.

이는 지난달 프랑스 슈퍼마켓 수백 곳을 마비시킨 사이버 공격과 유사한 수법이다. 당시 프랑스에서는 냉장·냉동 설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수백만 유로 상당의 식품이 폐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브코벨의 스테판 묄란스 최고경영자(CEO)는 “사이버 공격이 발생한 것이 맞다”며 “밤새 영향을 받은 냉장·냉동고를 네트워크에서 분리하는 작업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프랑스에서 공격이 발생한 이후 보안 취약점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뿐 아니라 장비를 물리적으로 개조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유럽의 상당수 슈퍼마켓은 냉장·냉동 설비를 인터넷에 연결해 원격으로 유지보수하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이 사이버 공격에 노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일부 매장에서는 냉동고 온도가 최고 50도까지 올라간 것으로 전해졌다.

벨기에 플랑드르 지역의 한 델하이즈 매장은 이번 사고로 약 10만유로(약 1억5000만원) 상당의 식품을 폐기했다고 밝혔다. 매장 측은 영업 중단에 따른 추가 손실은 해당 금액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프랑스계 유통업체 까르푸는 벨기에 매장 15곳이 영향을 받았지만, 즉각적인 조치를 통해 모든 매장의 영업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벨기에에서 스파 매장을 운영하는 콜루이트그룹도 가맹점 5곳이 공격받았다고 전했다.

가구업체 이케아 역시 벨기에 몽스 지역 매장의 냉장 설비가 영향을 받았으며, 다른 지점에서도 피해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스웨덴에서도 피해가 발생했다. 스웨덴 남부 셰보에 있는 대형 유통업체 ICA 매장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밤사이 냉장고와 냉동고가 해킹당해 온도가 50도로 설정됐다”고 밝혔다. 해당 매장은 한때 영업을 중단했다가 운영을 재개했다. 쿱은 스웨덴 전체 800개 매장 가운데 7곳이 피해를 입었으며, 현재 상황은 통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일랜드에서는 슈퍼밸류 슈퍼마켓 13곳의 냉장 설비가 사이버 공격을 받았다. 업체 측은 특정 냉장고 모델에서만 문제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네덜란드에서는 정육점과 동네 소형 상점을 포함해 최소 17개 업체의 냉장·냉동 시스템이 공격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핀란드의 일부 K마트와 에스토니아의 셀버 슈퍼마켓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발생했다.

아직 이번 공격의 배후는 밝혀지지 않았다. 벨기에와 스웨덴 국가 사이버보안 당국은 사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으며, 영국 국가사이버보안센터(NCSC)도 국제 협력기관 및 관련 업계와 함께 사건의 구체적인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영국 내에서는 현재까지 피해 사례가 보고되지 않았다.

한편 미국 당국도 지난 8월 일부 미군기지에서 발생한 냉장 설비 오작동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 미국과 프랑스 당국은 해당 사건들과 이번 유럽의 사이버 공격 사이에 연관성이 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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