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대작 게임 `블레이드앤소울`이 PC방 시장을 장악한 외산 게임 `리그오브레전드`에 정면 승부를 걸었다.
라이엇게임즈의 온라인 게임 `리그오브레전드`는 명실상부 PC방 1위 게임이다. 20% 내외의 PC방 점유율을 기록하며 6주째 정상을 지켰다. 이 게임은 지난해 12월 서비스를 시작한지 백일 만에 엔씨소프트 `아이온`을 제치고 PC방 시장을 장악했다.
PC방은 국내 게임문화의 전략적 요충지다. 게임의 인기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지표뿐 아니라 매출 기여도도 높다. 엔씨소프트의 와신상담에 라이엇게임즈는 선두 지키기 총력전으로 맞서는 양상이다.
◇리그오브레전드, `PC방 때문에 성공`=브랜던 벡 라이엇게임즈 CEO는 4일 한국을 찾았다. 블레이드앤소울 등 연이은 대작 출시를 앞두고 리그오브레전드 흥행을 점검하는 차원의 방한이다. 벡 CEO는 한국 PC방과 남다른 인연을 갖고 있다.
벡 CEO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한인 타운 내 PC방 게임문화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북미 본사 임원들은 방한 시에 PC방을 반드시 둘러본다고 알려졌다. 산타모니카 소재 라이엇게임즈 사무실 내에는 한국 PC방을 그대로 재현한 공간을 만들 정도다.
오진호 라이엇게임즈 아시아 대표는 “창업자는 금융권 출신이지만 오랫동안 게임을 즐겼기 때문에 PC방 문화에 매우 익숙하다”며 “사내 PC방에 `봉봉` `쌕쌕` 등 한국 캔 음료가 갖춰진 자동판매기와 한국 과자까지 그대로 가져다놓을 정도로 애정이 깊다”고 설명했다.
벡 CEO의 정서는 사업 모델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라이엇게임즈는 리그오브레전드 서비스 초기부터 PC방 위주 정책을 펼쳤다. 유료로 제공되는 프리미엄 캐릭터를 PC방 이용자에게 공짜로 주는 등 파격적 혜택을 줬다. 외산 게임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징크스를 깨고 리그오브레전드는 파죽지세 흥행을 달렸다. 가정 이용자보다 PC방 매출이 더 높다.
◇블레이드앤소울 `PC방이 원하는 대작게임`=엔씨소프트야 말로 PC방이 텃밭이다. `아이온`과 `리니지` 시리즈 모두 PC방에서 인기를 모으며 베스트셀러 자리에 올랐다. 여전히 엔씨소프트 대표 게임 3개는 모두 PC방 점유율 톱 10에 들어가 있다.
엔씨소프트는 오는 9일 사상 최대 규모로 `블레이드앤소울` 3차 테스트를 실시한다. 전국 1500곳에서 이뤄진다. PC방 1000곳 이상의 테스트는 엔씨소프트도 처음이다. 보통 온라인 게임 테스트 PC방은 100곳 내외가 일반적이다.
포털 광고를 배제한 마케팅을 고집하는 엔씨소프트 입장에서 PC방은 최우선 전략 거점이다. 경영난을 겪고 있는 중소 PC방 중 사연을 받아 500곳을 추가했다. PC방 업주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상생 전략이다.
PC방 업계는 대작 출시를 반긴다. 대작 게임일수록 게임에 접속해있는 시간이 길고, 고객이 PC방에 있는 시간도 함께 길어지기 때문이다. 게임 업체의 PC방 마케팅이 강화되면 각종 판촉물도 덤으로 얻는다.
안성용 인터넷PC문화협회 홍보팀장은 “블레이드앤소울같은 대작 출시는 PC방 업계에서도 호재”라며 “대작 게임이 캐주얼 게임보다 성인 고객을 늘리고, PC방 이용 시간도 길기 때문에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