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두 개의 주파수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이른바 `롱텀에벌루션(LTE) 제2 고속도로`를 세계 최초로 개통한다. 주파수 대역이 두 배로 넓어지면서 빠른 데이터 전송이 가능하다.
SK텔레콤은 30일 800㎒와 1.8㎓ 두 주파수를 모두 사용하는 멀티캐리어(Multi Carrier, 이하 MC) 시범 서비스를 서울 강남역~교보타워 네거리 구간에서 개시했다. 시범서비스를 거쳐 오는 7월 본격 상용화한다.
MC는 사용자가 몰려 통신망이 느려지면 다른 주파수로 사용자를 분산시켜주는 기술이다. 통신망을 고속도로에 비유하면 하나의 고속도로를 하나 더 까는 셈이다.
SK텔레콤이 MC 기술을 상용화하면 현재 서비스 중인 800㎒ 주파수와 함께 지난해 1조원 가까운 거금을 들여 구입해 `다이아몬드 주파수`라고도 불리는 1.8㎓를 번갈아가며 사용할 수 있다. 20㎒ 대역폭이 40㎒ 대역폭으로 두 배 넓어진다.
두 주파수를 동시에 이용하는 통신기술을 상용화한 사례는 아직 없다.
1.8㎓ 주파수 사용은 당초 내년 이후로 계획돼 있었지만 반년이나 앞당긴 것이다. 권혁상 SK텔레콤 네트워크부문장은 “아직은 800㎒ 주파수로도 만족할 만한 속도의 LTE 서비스 이용이 충분히 가능하지만 연말 650만 가입자를 넘어서는 상황이 되면 보다 넓은 LTE 도로가 필요해질 것”이라며 “1.8㎓로 사용자가 분산되면 기존 800㎒ 전용 LTE 사용자도 쾌적한 환경을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MC 기능이 장착된 팬택 `베가레이서2` 모델로 시연한 속도 비교에선 800㎒만 사용할 때보다 60%~130% 이상 빠른 속도를 냈다.
해당 커버리지에 포함된 강남대로를 걷는 이용자의 사용 주파수가 800㎒에서 1.8㎓로 넘어가는 과정도 매끄러웠다. 이 같은 자연스러운 `핸드오버(다른 기지국 및 주파수 간 이동)`와 두 개의 주파수에 고르게 트래픽을 분포시키는 `로드 밸런싱` 기술은 MC 솔루션을 구현하는 핵심이다. SK텔레콤은 이 두 기술의 특허를 낼 계획이다.
권 부문장은 “세계 최초의 멀티캐리어 상용화이자 최대 대역폭(40㎒)으로 LTE를 서비스하면 지금보다 최고 두 배 이상 쾌적한 속도로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하반기 출시되는 대부분 LTE 단말기가 MC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갤럭시S3 LTE 모델도 MC를 지원할 예정이다.
두 주파수를 하나의 주파수처럼 완전히 묶어 사용하는 `캐리어 애그리게이션(CA)` 기술은 2013년 하반기께 선보일 계획이다. 강종렬 SK텔레콤 네트워크기술원장은 “퀄컴·삼성전자 등에서 CA를 지원하는 칩세트가 나와야 하는데 내년 5월께로 예상하고 있다”며 “이 칩세트로 단말제조업체와 함께 구현하는 기간까지 포함하면 내년 하반기에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SK텔레콤이 MC 상용화에 첫발을 디디면서 경쟁사 움직임도 빨라졌다. 지금까지 커버리지 확대에 맞춰진 LTE 경쟁이 서비스 품질 경쟁구도로 재편될 조짐이다.
KT와 LG유플러스도 현재 LTE 주파수에 각각 900㎒·2.1㎓를 추가로 사용하는 MC 기술을 하반기 상용화할 예정이다. 이처럼 각 이통사의 여유 주파수 사용 시기가 당겨지면서 정부가 보유한 700㎒ 주파수를 통신용으로 분배하라는 목소리도 함께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800㎒ only VS. 800㎒+1.8㎓
※30일 오전 11:20 강남역 인근(기지국과 거리 200m)에서 측정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