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킨들 출시 5년…위기와 기회가 공존한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가 2007년 11월 전자책 단말기 `킨들`을 처음 선보이고 있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가 2007년 11월 전자책 단말기 `킨들`을 처음 선보이고 있다.

2007년 11월 19일 뉴욕 한 호텔 콘퍼런스장에 나타난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독보적인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던 아마존 수장은 이날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는다고 발표했다. 베조스 CEO는 한 손에 `묘하게(oddly)` 생긴 전자책 단말기를 손에 들고 나와 `킨들(Kindle)`이라고 명명했다. 스마트폰도 생소했던 당시 PC를 연결하지 않아도 아마존의 베스트셀러를 다운받을 수 있는 첫 기기였다.

전문가들은 이 순간을 IBM이 첫 PC를 내놨던 1981년, 마이크로소프트(MS)가 윈도95를 내놨던 1995년과 맞먹는 변혁의 순간이었다고 기억한다. 오라일리 미디어 창업자 팀 오라일리는 “베조스의 하드웨어 제조에 대한 두둑한 배짱과 새로운 사업을 두려워하지 않는 철학이 아마존을 여기까지 키웠다”고 평가했다.

아마존이 킨들을 세상에 선보인지 정확히 5년이 흘렀다. 킨들을 통해 전자상거래 업체 이미지를 탈피하려했던 아마존은 아직도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품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킨들이 등장했을 당시 투자자와 이용자들은 큰 관심도 없었고 성공에 대한 기대도 하지 않았다. 앞서 시장에서 소니의 전자책 단말기가 실패작이라는 선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베조스는 굴하지 않았다. 애플 아이팟과 아이튠스가 기존 전통 음원 시장을 어떻게 뒤흔드는지 관찰했다. 코닥이 디지털카메라 시대를 맞아 급작스레 꼬꾸라지는 모습도 목도했다. 베조스가 애플과 팜 출신 엔지니어를 끌어 모아 만든 자회사 `랩126`을 복심으로 단순한 전자상거래 업체 이미지를 벗고자 했다.

아마존이 킨들을 전자책 단말기에만 머무르게 했다면 지금의 아마존은 없을 것이다. 이후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를 결합한 스마트패드 `킨들파이어`를 선보인 것. 499달러짜리 아이패드에 비해 월등히 낮은 가격(199달러)이 시장에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컴스코어에 따르면 아마존은 현재 미국 스마트패드 시장에서 22%의 점유율을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아이패드 철옹성을 무너뜨린 일등 공신이다.

베조스는 5년 전 킨들을 출시하면서 “우리의 경쟁자는 반스앤드노블이 아니다”고 밝혔다. 킨들이 기존 출판업을 겨냥한 제품이 아니라는 의미였다. 전문가들은 아마존이 킨들 개발 단계부터 스마트패드 개발을 염두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모건스탠리의 스캇 데빗 애널리스트는 “아마존은 이미 그 때 반스앤드노블과 보더스가 아니라 애플, 삼성, 구글을 경쟁자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아직 아마존의 갈 길은 멀다. 지난 3분기 5년 만에 첫 분기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악재도 있다. 하지만 베조스는 여전히 당당하다. 그는 최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하드웨어를 팔아 수익을 남기겠다는 생각은 애초에 없다”며 “킨들은 콘텐츠 판매를 위해서 존재하며 이를 사용하는 순간순간에 수익을 남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킨들 구매자들은 제품을 구입하기 전보다 4배가량 독서량이 늘었다”면서 아마존의 콘텐츠 전략에 대해 자신감을 내비쳤다.

아마존 주가는 연초에 비해 33%나 올랐다. 투자자와 이용자 모두 긍정적으로 바라본다는 의미다. 단순 전자상거래 업체에서 디지털 미디어 플랫폼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 맞아떨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모바일 사업부를 인수해 `킨들 폰(가칭)`을 만들 것이라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킨들의 플랫폼이 본격적으로 확장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블룸버그는 “디지털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피오나(킨들 개발코드명)의 마술`이 필요한 시기”라고 전했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