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직장인 A씨는 출퇴근 중에는 스마트폰으로 가상의 농장을 육성하는 게임을 즐긴다. 게임 내 농작물 가격도 생산과 공급 원리에 따라 가격이 오르 내리기 때문에 자주 확인해줘야 한다. 얼마 전에는 게임 내에서 배추·당근·호박 등을 키웠더니 게임 포인트로 실제 농산물을 집으로 배달받을 수 있었다. 게임사는 실제 농가와 연결해 유기농 농산물을 보상으로 이용자에게 제공했다.
#2 올해 초 귀농을 선택한 B씨의 일터는 농장이 아니라 개인 사무실이다. 그는 사무실에서 새로운 농업 기술과 인터넷 정보 등을 확인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사무실에서 그가 꺼낸 것은 스마트패드. 스마트패드와 연결된 농장의 CCTV 화면으로 자신의 밭작물의 상황 및 날씨, 온도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스마트패드로 자신의 농장에서 일하는 로봇에 물주기, 밭 갈기를 원격으로 실행시켰다.
모바일 인터넷 환경의 확산과 스마트기기, 로봇 기술 발전으로 머지 않은 미래에 농업이 우리 생활 가까이 다가올 것이다. 은퇴 후 삶이나 기존의 직업을 버리고 시골로 돌아가 새로 시작하는 일처럼 여겨졌던 농업이 스마트 산업 발전에 발맞춰 우리 삶 가까이에 왔다. 환경오염과 물가상승 문제로 인해 안전하고 저렴한 먹거리에 관심도 높다. 스마트 농업의 발전은 생산, 유통, 소비 전반에 새로운 기술을 접목시키며 미래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농촌 인구 감소와 노동력 부족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기존의 토지와 노동 집약적 농업은 IT에 능숙한 젊은 노동자 진입으로 또 한 번의 전환기를 준비하고 있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생명공학기술(BT), 환경공학(ET), 나노기술(NT) 등 다양한 첨단산업과 농업의 접목으로 고기능, 고효율을 추구하는 산업화가 빠르게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게임·통신·스마트 기기를 이용한 스마트 농업이 첫 걸음을 뗐다. KT는 통신기술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농작물 재배상황을 확인하고 원격으로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올레 스마트 팜` 앱을 개발했다. 이를 재배 일지, 기존 농업 정보와 연결해 데이터화시키면 농업 생산성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나아가 기상정보, 병해충 발생정보 등 다양한 최신 농업기술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달받을 수도 있다.
농업인 만이 아니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는 더욱 눈에 띈다. 스마트폰게임 개발사 네오게임즈가 서울대 원예학과와 손 잡고 만든 `레알팜`이라는 게임에서는 이용자가 게임에서 재배한 농작물을 실제로 받을 수 있다. 게임에 작물 생육 조건이나 유통, 소비 환경 등도 실제처럼 꾸며졌다. 스마트폰 게임 이용자가 좋아하는 육성시뮬레이션 `팜류` 게임 방식에 실제 농업을 접목시켰다. 이는 농업을 고부가차치 산업으로 전환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연결된다.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어린이의 경우 동식물의 생육환경을 가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교육적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최근 인터넷 블로그, 페이스북, UCC 등을 활용해 소비자와 직거래하려는 생산자도 늘었다.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사이버 장터 등도 보편화되고 있다. 가축의 경우에는 출생, 성장, 도축, 유통 등 모든 단계에 대한 이력추적 시스템이 도입되고 있다. 재고나 유통 비용을 절감하는 것은 물론이고 도시와 농어촌 간 새로운 신뢰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기회로 여겨지기도 하다.
해외에서는 이미 `스마트농부`를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이 개발 중이다. 미국 텔벤트 DTN사가 개발한 `The progressive Farmer`는 아이패드용으로 농업 관련 뉴스와 시장 정보, 가축 및 장비, 토지관리, 농업정책등의 자료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또 기상정보는 물론이고 농작물에 대한 선물옵션이나 투자 정보도 서비스한다. 이미 미국에서는 인공위성으로부터 받은 위치정보를 이용해 밭을 가는 트랙터와 무인이앙기 등이 개발됐다.
일본에서는 농부가 제공한 농작물 생육 환경 정보를 활용하고 분석해 최적의 농약 살포 시기 및 환경 정보를 스마트패드로 제공해주는 유료 서비스도 등장했다. 빅데이터를 클라우드 시스템을 통해 제공하는 후지쯔의 이 서비스는 수년간의 테스트를 통해 농가 경영에 도입됐다.
스마트농업 환경의 변화는 생산, 소비, 유통 전 분야에 걸쳐 이뤄진다. 농부나 귀농인에게만 제한되는 영역이 아니라 농작물을 소비하는 최종소비자와 생산자를 연결하면서 농업 전반의 변화를 이끈다. 각종 농업생산기술에 스마트 융합 기술의 접목되고 있다.
특히 정보통신기술은 생육정보와 기상정보를 활용해 위치정보서비스를 부착한 농기구의 관리 및 작물수확량을 확인하는 모니터 센서 시스템, 자동제어기술 등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유통 부문에서는 스마트폰이나 나아가 스마트 기술이 접목된 냉장고, TV로 직접 농작물을 주문할 수도 있다. 소셜커머스 및 모바일로 단체구매가 이뤄지고 생산자와 직거래가 확대되면서 소비 형태에도 변화를 몰고 왔다.
스마트 농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넘어어야 할 산이 많다. 아직 농어촌 전반에 스마트기기 모바일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은 것이 약점으로 꼽힌다. 기기 보급 문제와 통신비도 걸림돌이다. 전문가들은 영농 단계별로 필요한 정보를 적기에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종합정보서비스 환경이 구축돼야 한다고 말한다. 다양한 성공사례를 발굴하고 농업 관련 지식의 데이터베이스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 신속한 공유 및 전달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
※참고자료: 스마트시대, 스마트농업(농촌진흥청,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