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지난 달 말, 2013 서울모터쇼의 시작과 함께 신형 카렌스를 출시했다. 2006년에 나왔던 기존 카렌스의 후속 모델로, 이 시리즈의 3세대 째에 해당하는 완전한 신차다. 3일, 경주와 포항 일대에서 이 차를 시승했다.
이번 카렌스는 소형 미니밴(MPV)을 지향했던 이전 모델들과 달리, 승용차의 특성을 강화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기아차는 ‘세단의 스타일과 RV의 공간성’을 실현했다고 하는데, 기존의 차종 분류로는 딱히 끼워 넣을 자리가 없는 크로스오버 차량이라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 기존 모델보다 ‘스마트하게’ 덩치를 줄인 차체는 폭이 좁아지고 길이가 늘어난 것 같은 인상을 풍긴다. 실제로는 폭과 길이가 모두 줄었고, 특히 높이가 4cm 낮아지면서 늘씬한 실루엣을 갖게 됐다. 대신 휠베이스를 늘리고 합리적인 패키징을 적용해 실내공간과 더 여유 있는 적재공간을 확보했다.
카렌스의 이런 변화는 주요 고객으로 설정된 ‘요즘 30대 젊은 가장’의 도시생활과 자동차 이용방식을 반영한 것이다. 주중에는 홀로 출퇴근에 이용하다가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하는 나들이에 써야 하고, 때로는 부모님을 모실 수 있어야 하며, 아내에게 운전을 맡기기에도 걱정이 적은 차, 레져에 대응할 수 있으면서도 짐차나 승합차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 세련된 디자인의 차를 찾아온 이들이라면 눈이 번쩍 뜨일 것이다.
이번에 시승한 카렌스 디젤은 5인승으로만 출시됐다. 더더욱, MPV라기 보단 지붕이 조금 높은 해치백을 운전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두툼하고 찰진 느낌의 운전대를 쥐고 솔직하게 반응하는 차체의 균형을 잡으며 코너를 빠져나가는 맛이 제법 상쾌했다. 승차감이 유순하면서도 크게 휘청거리는 느낌이나 기분 나쁜 둔탁함이 없었다.
2,000cc급인 LPI엔진과 달리 디젤은 1,700cc이지만 자동 6단 변속기와 조화를 이룬 140마력, 33kg.m의 힘은 차고 넘쳤다. 같은 엔진을 탑재한 현대 i40에서 미리 경험했던 성능이긴 한데, 소음과 진동면에서는 오히려 나은 인상을 받았다. 이 차급의 디젤에서는 더 바랄 나위가 없는 수준이다. 이런 종류의 차에 흔한 푸석하고 무기력한 주행 탓에 운전하는 자신조차 ‘그런 사람’이 될까 두려워 관심조차 숨겨왔던 이라면 경계를 풀어도 좋을만한 차다.
승용차치곤 높은 좌석과 넓은 앞 유리에 의한 시원한 시야, 그리고 운전자 위주로 배치된 주변 조작부는 쾌적함을 더한다. 디테일이나 조작감도 좋다. 2열 공간은 파노라마 선루프를 적용하고도 여유가 한참인 천장 높이의 덕을 많이 본다. 바닥이 평편할뿐더러 좌석을 앞으로 이동시키거나 등받이를 뒤로 뉘일 수 있는 것도 세단에서는 누릴 수 없는 장점이다. 바닥아래에 추가 수납공간을 숨겨놓는 여유까지 보였다. 다만, 7인승인 LPI모델의 경우, 2열 좌석의 작동 방법이나 구성이 디젤모델의 것보다 값싸 보이는 것이 흠이었다. 7인승의 3열 공간은 흔히 그렇듯 어린이용으로 적당하다. 디젤은 3열 좌석 대신 바닥판 아래에 추가 수납공간을 마련했다.
120여km를 달린 이번 시승에서의 평균 연비는 12km/l 내외로, 제반 여건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수준이었다. 다만, 동일한 엔진을 탑재하고 무게도 비슷한 i40 디젤의 공인연비가 15.1km/l인 것과 비교하면, 카렌스의 13.2km/l는 아쉽게 느껴진다. 기아차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에 출시되지 않은 7인승 디젤 모델은 추후 연비 향상 기술을 접목해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토크 좋은 디젤 엔진과 7인승의 결합이라는 그림은 완성되겠으나, 기아차가 말하는 ‘착한 가격’이 다시 한 번 도마에 오르지 않을까 모르겠다. 이번에 시승한 차의 가격은 옵션 포함 2,760만 원. 카렌스 디젤 기본형의 가격은 2,085만 원이고, LPI 기본형(자동변속기)은 이보다 120만 원 저렴하다.
경주=민병권RPM9기자 bkm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