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얇은 스마트폰`
올해 들어 벌써 중국만 두 번째다. 1월 초 6.7㎜의 두께로 CES에서 세계의 주목을 끈 ZTE에 이어 다음 주인공은 화웨이다. 더 얇아진 6.18㎜ 두께 `어센드 P6`를 18일 공개했다.
물론 두께가 혁신의 전부는 아니다. 안을 찬찬히 살펴보면 놀라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화웨이가 스마트폰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지 고작 2년 남짓. `짝퉁`에서 `저가`로, 저가에서 다시 `하이엔드`로 진화한 중국 스마트폰의 성장세는 분명 위협적이다.
◇같거나 더 좋거나=브랜드만 없을 뿐 기술과 디자인은 세계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중국 스마트폰 대표 주자 3인방 화웨이·ZTE·레노버 얘기다. 올해 이들이 내놓은 하이엔드 스마트폰이 잇따라 정적을 깼다. 하드웨어 혁신이 막바지에 다다른 것 아니냐며 엇갈린 평가를 받은 삼성전자·애플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2년 내 삼성전자·애플에 대적할만한 수준으로 성장했다고 평가한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디자인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ZTE `그랜드 S`, 레노버 `K900`, 화웨이 어센드 P6는 6㎜대 초슬림 디자인에 절제된 윤곽과 세련된 질감을 자랑한다. 유럽에 R&D센터를 세우고 현지 디자이너를 고용해 추진한 디자인 전략의 산물이다. 어센드 P6 행사장에 등장한 화웨이 런던 디자인 센터 닉 우들리 수석 디자이너는 “P6로 우리가 세계 톱 수준(World-Class) 디자인을 달성했다고 믿는다”고 자신했다.
디스플레이·카메라·메모리는 삼성전자의 갤럭시S4나 애플의 아이폰5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다. 세계 최초 옥타코어를 쓴 삼성전자 갤럭시S4의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항목을 제외하면 선뜻 우위를 가늠하기 힘들 정도다. 가격 경쟁력은 한수 위다. 평균 30% 이상 저렴하다. 공식 판매가가 800달러 정도에서 시작하는 갤럭시S4나 아이폰5와 달리 500~600달러 수준이다.
◇오디오와 카메라 심혈…UI도 `수준급`=중국 기업의 하이엔드 스마트폰 시장 진출 의지는 오디오와 카메라 성능에서 드러난다.
레노버의 K900은 듀얼 LED 카메라에 F1.8 조리개 렌즈, 소니 이면조사 센서와 88도 광각 전면 카메라를 달았다. ZTE는 이달 돌비(Dolby)와 손잡았다. 돌비의 오디오 코딩 기술에 대한 글로벌 특허 라이선스 제휴 계약을 맺었다. 지난 5월 내놓은 그랜드X2는 1080p 영상 녹화 기능에 초당 24프레임 고속 촬영·오토포커스 기능까지 갖췄다. `음향 강화 기술`로 오디오 성능도 높였다.
화웨이의 어센드 P6은 스마트폰 전방에 500만 화소 카메라를 달았다. 일반적으로 200만 화소 이하에 머무는 전방 카메라의 고정관념을 깼다. 스카이프(Skype)를 포함한 고화질 영상통화를 자주 쓰는 사람에게는 희소식이다. 소프트웨어도 손색없다. 이모션 사용자환경(UI)을 적용하고 새로운 파노라마 사진 찍기와 안면 인식 기능까지 더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를 두고 “유명한 소비재 브랜드도 아닌 네트워크 장비 기업의 이 제품은 애플과 삼성전자의 경쟁자가 되려는 각별한 노력의 산물”이라고 호평했다.
◇유럽·러시아·미국 거침없는 `하이엔드` 공세=중국 스마트폰 기업에 올해는 내수 기업에서 글로벌 모바일 기업으로 가는 원년이다. 주 타깃은 애플과 삼성전자의 텃밭인 유럽과 미국 등 선진 시장이다. 두 성주를 넘기 위해 하이엔드 스마트폰에 각별한 공력을 기울이는 이유도 여기 있다.
화웨이와 레노버는 올해 글로벌 각각 6000만대 스마트폰을 판매해 지난해의 두 배 가까이 성장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다. 하이엔드 스마트폰의 1차 타깃 시장은 유럽과 미국이다. 화웨이는 런던에서 공개한 어센드 P6을 유럽과 중국, 아시아 포함 세계 19개 나라에서 판매에 돌입한다.
레노버는 미국 시장에 진출해 애플의 안방을 공략한다. 2년 내 중국을 포함한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넘겠다는 목표로 칼끝을 다듬는 중이다. ZTE도 미국 시장에 주력한다. 지난해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스마트폰으로 꼽히며 4위로 올라섰다. 미국에서 애플과 삼성전자의 뒤를 이을 가장 유력한 3위 후보다. 올 하반기에는 러시아에서 하이엔드급 그랜드 시리즈(그랜드X 쿼드, 그랜드 S, 그랜드 메모)를 내놓는다.
노키아와 블랙베리 인수의 유력 후보로 잇따라 대두된 화웨이와 레노버는 성사될 경우 단숨에 일대도약을 이뤄낼 가능성도 있다. 인도와 아프리카, 동남아를 포함한 저가 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지며 세계 제패를 노린다는 점에서 더 위협적이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