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S4가 일본에서 `공짜폰`으로 팔린다. 삼성전자가 소니와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일본에서 보기 드문 제조사 보조금이라는 특단의 마케팅 카드를 꺼낸 결과다.
3일 니혼게이자이는 삼성전자의 갤럭시S4 가격 인하 계획을 보도했다. 다른 이동통신사에서 NTT도코모로 번호이동한 가입자가 갤럭시S4를 선택하면 상품권을 주는 방식으로 2만엔 정도를 되돌려준다.
현재 NTT도코모가 판매하는 갤럭시S4 가격이 1만5000엔 수준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오히려 5000엔을 버는 셈이다. 한국에서 보조금 경쟁이 절정에 달했을 때 휴대폰 매장마다 `스마트폰 사면 돈 드립니다`는 문구를 붙인 상황과 비슷하다. 7월 말까지 한정적으로 실시하는 파격 마케팅이지만 니혼게이자이는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 통신사 보조금이 있는 일본에서도 단말기 제조사가 직접 현금 지원에 나서는 사례는 드물다.
니혼게이자이는 삼성전자의 파격 정책이 소니를 견제하려는 포석이라고 풀이했다. NTT도코모는 지난 5월 차등 보조금 제도를 발표했다. 팔릴 만한 기종에 보조금을 몰아주는 것이다. 올해 여름 시즌에는 갤럭시S4와 소니 엑스페리아A가 전략 제품으로 뽑혔다. 파나소닉이나 샤프 등 경쟁사보다 최대 3만5000엔 싸다. 당연히 소비자 관심은 갤럭시S4와 엑스페리아A에 쏠렸다.
인기는 끌었지만 갤럭시S4가 엑스페리아A를 누르지는 못했다. 최근 3주 동안 판매량을 보면 엑스페리아A가 50만대 안팎으로 갤럭시S4 32만대를 앞섰다. 이유는 가격 때문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엑스페리아A는 갤럭시S4보다 1만엔 가량 싼 5000엔에 팔린다. 결국 삼성전자는 가격 차이를 없애고자 갤럭시S4를 공짜폰으로 풀었다고 보인다.
현재 일본 스마트폰 시장은 피처폰 교체 수요가 여전히 많다. 유행에 민감하고 최신 전자제품에 두려움이 없는 젊은층은 이미 상당수가 스마트폰을 구매했다. 이어 중장년층 등 기능보다는 가격을 중요하게 여기는 소비자가 주요 고객으로 떠올랐다.
NTT도코모 차등 보조금 제도 덕분에 삼성전자와 소니는 반사이익을 얻었다. 5월 중순 이후 NTT도코모 판매 스마트폰의 80% 이상을 갤럭시S4와 엑스페리아A가 차지했다. NTT도코모는 보조금뿐 아니라 진열도 투톱만 배려한다. 매장마다 전용 체험 코너를 마련했다. 진열대 공간 40%도 두 기종에 할당했다.
나머지 일본 스마트폰 업체는 울상이다. 파나소닉은 NTT도코모용 겨울 신제품 개발 중단을 검토 중이다. NEC는 중국 레노버와 스마트폰 사업 협력을 모색한다. 니혼게이자이는 삼성전자의 공격적 가격 정책으로 하위 업체의 상황이 더 어려워진다고 내다봤다.
NTT도코모 스마트폰 판매 가격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