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이후 700㎒ 무선마이크 사용 벌금…노래방 "그런 사실 몰라··보상 없인 못 바꾼다"

3개월 후부터는 법 규정에 따라 700㎒ 주파수 대역의 무선마이크 사용이 전면 금지된다. 단속에 적발되면 2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하지만 700㎒ 무선마이크를 주로 사용하는 전국 노래방 업주들은 이 사실조차 모르고 있어 법 적용 과정에서 상당한 반발과 부작용이 우려된다. 정부의 사전사후 준비와 대응 부족은 물론이고 악덕 상술로 인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등 정책 표류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파수분배표 및 전파법에 의거 오는 11월 부터 700㎒ 대역 무선마이크에 대한 사용이 금지됨에 따라 900㎒ 대역 무선마이크로의 전환 교체 수요가 예상되고 있다. 7일 노래방기기 판매 업체인 정인전자에서 고객이 900㎒ 무선마이크를 상담하고 있다.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주파수분배표 및 전파법에 의거 오는 11월 부터 700㎒ 대역 무선마이크에 대한 사용이 금지됨에 따라 900㎒ 대역 무선마이크로의 전환 교체 수요가 예상되고 있다. 7일 노래방기기 판매 업체인 정인전자에서 고객이 900㎒ 무선마이크를 상담하고 있다.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2008년 디지털TV 전환계획을 확정해 발표하면서 전국의 노래방과 행사장에서 사용되는 700㎒ 대역 비면허 무선기기를 2013년 1월부터 사용할 수 없도록 조치했다. 혼란을 줄이기 위해 올 10월까지 계도기간을 두고, 계도기간 이후에도 700㎒ 비면허 무선기기를 사용하면 200만원의 벌금을 물도록 했다.

하지만 정책 결정 이후 5년이 지나도록 이 법 규정의 적용을 받게 될 소규모 자영업자 대부분은 사용 금지 이유를 알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오는 11월 본격적인 단속이 개시되면 적지 않은 마찰이 우려된다.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는 제대로 된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본지가 지난 5~6일 강남역 인근 노래방 15곳을 방문·조사한 결과, 무선마이크를 비치한 13곳 중 2곳만 700㎒ 마이크를 900㎒로 교체했다. 나머지는 “여력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교체할 의사가 없다고 응답했다. “그런 규정이 있는지 (기자에게) 처음 들었다”고 답한 노래방도 두 곳이 있었다.

서울 강남역 인근 M노래방 한 모 사장은 “700㎒ 마이크를 계속 사용하면 벌금을 내야 한다는 말을 얼마 전 마이크 판매업체로부터 처음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700㎒ 마이크가 시중에 유통되는 것을 막지 않은 정부가 돌연 엄격한 법 잣대로 사유재산권을 침해해도 되는 것이냐”며 “13개 마이크를 모두 교체하려면 300만원이 넘게 드는데 불경기라 돈이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판촉을 목적으로 한 장비 제조사 등을 제외하고는 정부의 정확한 방침을 알려주는 곳도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대안으로 제조업체에 900㎒ 대역 제품으로 보상판매를 권유했지만 제조업체 대부분이 가격을 인상, 한정 수량만 보상판매해 실질적인 사용자 손실 보전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노래방을 운영하는 신점진 사장은 “이유도 말해주지 않고 다짜고짜 알아서 바꾸라고 하니 돈을 빼앗기는 기분”이라며 “정부에서 공문 한 장 받은 적 없으니 일단은 그대로 사용하며 버틸 것”이라고 말했다.

의무 교체 정책을 악용한 상술도 횡행한다. 기존 20만원대였던 마이크 가격을 30만원으로 높인 뒤 “700㎒ 무선 마이크를 반납하면 900㎒ 상품을 할인해준다”는 식이다. 신 사장은 “갑자기 예전보다 높은 가격을 들이대는데 무슨 보상판매냐”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D마이크 제조사 관계자는 “갑자기 수요가 늘어나 어느 정도 가격 인상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사실상 전체 현황 파악은 어렵고 표본 조사는 했다”며 “학교나 기관, 지자체 등 3000여곳에 공문을 보냈지만 개별 자영업자에게 일일이 통보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고시를 공표하고 보도자료를 내는 등 할 일은 다 했다”고 말했다.

정부 주파수 정책 변경 시 비면허 사용자들에게도 금전적 손실을 보전하는 법안이 정부·의원입법으로 발의돼 있지만 계도기간 종료 이전 본회의 통과는 사실상 어려울 전망이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