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야심 차게 신제품을 발표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이 회사 주가는 10일(현지시각) 이후 지금까지 연이어 내리막을 걷고 있다.
16일 나스닥 증권거래소에서 애플 주식은 450.1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전장 대비 3.2% 하락했고, 신제품 발표 전날인 9일에 비하면 11% 가량 내려갔다. 시가총액으로 따지면 일주일 새 2181억달러가 날아갔다. 여전히 시가총액 1위(4089달러)를 유지하고 있지만, 새 제품에 대한 실망이 주가에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신제품 발표 당일에도 애플의 주가는 2.3% 하락한 바 있다. 10일 월스트리트저널, 블룸버그 같은 외신들은 이날 행사에 대해 대체로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애플이 기존의 선도자가 아닌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가 됐고, 아이폰5C 가격도 너무 애매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분석이 곧바로 시장에 반영된 셈이다.
16일의 주가 하락은 애플이 아이폰5C 예약 주문량을 공개하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 애플은 2010년 아이폰4부터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예약 주문 물량을 공개해왔다. 그런데 이번 아이폰5C 예약 물량에 대해서만 함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버지, 올씽즈디 같은 IT 전문매체들은 이 같은 애플의 침묵이 주식시장의 불안감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함께 발표된 아이폰5S는 예약 판매를 실시하지 않는다.
특히 아이폰5C에 대한 실망은 주가 하락의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플라스틱 본체로 바뀐 아이폰5C는 다양한 색깔 외에는 볼 것이 없고, 가격도 생각보다 싸지 않다는 혹평에 시달리고 있다. 같은 스펙의 아이폰5보다 더 무겁고 두꺼워졌다는 점도 소비자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아이폰5C의 예약 물량이 너무 저조해서 발표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악재는 또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6일자 보도에서 차이나텔레콤이 아이폰 새 제품의 보조금을 이전 모델보다 15% 삭감했다고 전했다. 애초에 비쌌던 아이폰5C 가격에다 보조금까지 줄어들면서 중국 소비자들은 지갑을 열기가 더 어려워졌다. 차이나텔레콤이 지속적으로 보조금을 줄여왔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애플의 중국 시장 공략이 더 어려워진 것만은 분명하다. 이는 추가적인 주가 하락 요인이 될 수 있다.
반대의 시각도 있다. 지난 12일 미국 경제방송 CNBC는 ‘기업 사냥꾼’으로 유명한 칼 아이칸이 애플 주식을 추가로 매입했다고 보도했다. 아이칸은 이 방송에 출연해 “애플 주가가 단기간 하락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상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자신문인터넷 테크트렌드팀
송준영기자 dreamer091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