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토로라가 옛 영광을 찾고자 내놓은 야심작 `모토X`가 `낙제` 성적표를 받았다. 구글이 인수한 후 처음 내놓은 스마트폰 신제품인 만큼 충격 여파가 거세다. 저가 신제품 모토G 판매 전망도 밝지 않아 모토로라에 드리운 먹구름이 더욱 짙어진다.
13일 BGR은 스트래티지어낼리틱스(SA) 자료를 인용해 3분기 모토X 판매가 50만대에 그쳤다고 보도했다. 수년 전 `드로이드`의 월 100만대 판매와 비교하면 형편없는 실적이다. 올해 삼성전자의 갤럭시S4는 출시 두 달 만에 2000만대가 팔렸다. 애플의 아이폰5S·5C는 판매 개시 첫 주 판매가 900만대에 이른다.
BGR은 “모토로라가 브라질과 인도를 비롯한 신흥시장에 주력하는 동안 미국에서 경쟁력이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조립한다는 `메이드인 USA` 마케팅 효과도 힘을 쓰지 못했다. 높은 조립 생산비가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을 뿐이다. 미국 스마트폰 성장세가 낮아진 것도 악재다.
`당신이 설계하고 미국에서 조립하는`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모토X는 막상 뚜껑을 열자 어중간한 기능에 비싼 가격이라는 평가가 중론을 이루면서 외면받았다. 아이폰5S나 갤럭시S4와 같은 가격인 2년 약정 199달러였다. 지금 모토X 가격은 결국 99달러까지 떨어졌다.
모토로라 앞길이 험난한 결정적 이유는 주력하려는 저가 시장에서의 경쟁력 상실이다. 저가형 모델 `모토G`는 영국 아마존 웹사이트에서 약정없이 160유로(약 23만원)에 팔릴 예정이다. 할인점 테스코에서 팔리는 가격은 149유로(약 21만원)다.
모토로라는 저가 스마트폰 가격을 150유로 내외로 고집했지만 시장에서는 경쟁력이 없는 금액이라고 평가한다. 경쟁사 비슷한 제품 가격이 절반 수준이기 때문이다. 영국 테스코에서 삼성전자 `갤럭시 영` 무약정 선불폰 모델은 75유로(약 10만8000원)에 팔린다. 노키아 `루미아510`은 80유로(약 11만5000원), 소니의 `엑스페리아E`는 90유로(약 12만원)에 불과하다. BGR은 “영국 시장에 내놓은 모토G 가격은 `비현실적`이며 500만 화소 카메라에 무겁기까지 한 140~160유로 가격의 스마트폰이 자리 잡을 공간은 없다”고 지적했다.
극심한 가격 압박에 견뎌야 하고 기능까지 개선해야 하는 저가형 시장이 더 이상 모토로라에는 맞지 않다는 분석이다. 회생 전략을 시동 중인 소니·LG전자와 틈새를 파고드는 화웨이·ZTE·마이크로맥스·노키아도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그나마 기대를 걸 희망의 끈은 내년 선보일 맞춤형 스마트폰 `아라` 프로젝트다. 레고 블록처럼 원하는 부품을 꽂아 사용하는 스마트폰 전략이다. 고객은 취향에 따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부터 디스플레이, 카메라, 배터리 등 다양한 부품을 선택할 수 있다. 스마트폰 수리가 쉬워지고 업그레이드까지 가능하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