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이 지금보다 훨씬 뛰어난 수준의 스마트폰 두뇌를 개발한다. 사용자가 애플리케이션으로 일일이 프로그램을 조작하는 지금과 달리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하는 인공지능 스마트폰이 등장할 전망이다.
21일 PC월드에 따르면 폴 제이콥스 퀄컴 최고경영자(CEO)는 뉴욕에서 열린 연례 투자자 회의에서 `실리콘 두뇌`를 심어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더 지능적인 도구로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개발 중인 `제로스(Zeroth)` 프로세서가 그 첨병이다.
지난달 퀄컴이 블로그에 처음 공개한 제로스 프로세서는 인간의 두뇌를 모방했다. 사용자 행동 패턴을 학습하고 다음에 벌어질 행동을 미리 예측한다. 우리가 경험을 기반으로 다음 상황을 판단하는 과정과 유사하다. 기기와 사람의 상호작용이 한층 손쉬워진다. 상황에 따라 사용자가 필요한 정보를 찾아내 제공하는 일이 가능해진다.
퀄컴은 두뇌의 구조와 작동 원리를 기반으로 제로스 회로와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신경세포(뉴런)와 이를 연결하는 시냅스로 이뤄진 두뇌 신경시스템과 유사한 구조로 설계가 이뤄졌다. 전통적인 프로세서 설계와는 전혀 다른 구조다.
퀄컴이 제로스로 목표하는 것은 세 가지다. 첫째는 생물체처럼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이다. 복잡한 사전 프로그래밍 없이도 주변 환경에서 피드백을 받아 학습하고 다음 행동을 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퀄컴은 로봇 실험으로 제로스의 학습 능력을 입증했다. 여러 색깔의 벽돌을 찾아내던 로봇이 `좋은 로봇`이라는 칭찬과 함께 하얀색 벽돌만 찾으라고 명령하자, 다음 칭찬 때부터는 하얀색 벽돌만 찾았다. 학습 결과에 따라 스스로 행동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사람처럼 보고 이해하는 능력이다. 퀄컴은 두뇌가 정보를 처리할 때 뉴런의 특징을 분석해 수학 모델을 만들어 제로스에 심었다. 세 번째는 퀄컴의 인공지능 프로세서 용어인 `신경처리장치(NPU)` 정의와 표준화다.
제로스는 결과를 얻기 위해 인간이 프로그래밍하고 명령을 내려야 하는 현재의 컴퓨팅 방법론에서 한 차원 진화한 기술이다. 방대한 양의 프로그래밍 없이도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하게 되면 스마트폰은 지금까지와 차원이 다른 진보를 이룰 수 있다. 제이콥스 CEO는 “지금도 일부 스마트폰이 패턴 기반으로 동작을 처리하지만 제로스는 더 많은 장비에서 정교하고 복잡한 업무에 사용할 수 있다”며 “제로스 개발은 혁신적인 프로젝트로 진정한 `스마트` 기기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인공지능 칩 개발 프로젝트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IBM은 2011년 뉴런을 닮은 `뉴로모픽` 칩을 개발하는 시냅스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유럽연합(EU)이 후원하는 `인간 두뇌 프로젝트`는 1와트 전력으로 뉴런과 신경전달 과정을 구현할 수 있는 칩을 개발 중이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