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화질(UHD) 영화를 단 몇 초 만에 받을 수 있는 통신 칩이 개발됐다. IBM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국제 고체회로 콘퍼런스(ISSCC)에서 매우 낮은 전력으로도 현재 인터넷 최고 속도를 네 배 늘려주는 칩을 공개했다.
해당 칩은 새끼손톱보다 훨씬 작은 크기로 통신 장비에 설치돼 인터넷 속도를 최대 400Gbps까지 높여준다. 최근 일부 통신사가 도입하기 시작한 100Gbps 통신망보다 네 배 빠른 수치다. 400Gbps는 160GB 용량의 2시간짜리 UHD 영화를 3~4초면 받는 속도다. MP3 4만곡을 받기에도 단 몇 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IBM은 이 칩이 PC나 가정용 라우터가 아닌 데이터센터 간 광전송 장비에 적합하다고 전했다. 아직 시제품 단계지만 이미 셈텍과 초기 기술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셈텍은 라디오 신호 같은 아날로그 신호를 인터넷에서 쓸 수 있도록 디지털로 전환하는 장비를 만든다. IBM 기술을 쓴 통신 플랫폼을 연말 발표할 계획이다.
IBM은 보도자료에서 데이터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더 빠른 통신 표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992년에는 하루에 인터넷에서 오가는 데이터가 100기가바이트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2엑사바이트가 전송된다. 무려 2000만배가 늘어났다.
IBM은 트래픽 폭증에 대비하기 위해 스위스 로잔공과대학(EPFL)과 ‘아날로그 투 디지털 컨버터(ADC)’ 기술을 비롯한 에너지 효율적인 초고속 통신 기술을 개발해왔다. 이번에 개발한 칩과 기술의 세부 사항은 EPFL에서 문서로 출간됐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구글이 한정된 일부 도시와 가정에 초고속 인터넷 도입 사업을 추진하지만 IBM은 모든 지역 인터넷 속도 향상을 시도한다고 전했다. 이어 혁신적인 통신 칩 기술이 매각 여부에 관계없이 IBM 반도체 부문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