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휴대폰 사업 종료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누적 적자가 5조원에 이르는 상황에서 심혈을 기울인 신제품조차 연이어 흥행에 실패했다. 로봇과 전장 등 미래사업에 역량을 집중시켜야 하는 시점에서 실적 회복을 기대하기 힘든 적자 사업부에 대한 결단이 불가피했다는 분석이다.
◇생산라인 이전·ODM 확대 등…개선책 효과 미미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 턴어라운드를 위해 생산라인 이전과 인력 재배치,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방식 확대 등 사업구조 개선을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했다.
LG전자는 2019년 경기도 평택 스마트폰 생산라인을 베트남에 있는 'LG 하이퐁 캠퍼스'로 통합 이전했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스마트폰 사업의 수익성을 개선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었다. 이어 MC사업본부 내 ODM사업담당을 신설하는 등 사업구조도 외주생산을 중심으로 재편했다. 일부 플래그십 모델을 제외하고 중저가 모델 생산을 외부 전문업체 위탁, 원가 절감을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다. 지난해 LG전자 스마트폰 ODM 비중은 70% 수준으로 LG 윙과 벨벳, Q92 이외 제품은 모두 외주 위탁생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력 효율화를 통한 원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MC사업본부 인력을 LG전자 내 다른 사업본부와 LG 계열사로 보내는 인력 재배치도 진행했다. 2009년 사업보고서 기준 LG전자 MC사업본부 임직원수는 9467명으로 1만명에 육박했다. 지난해 사업보고서 기준 MC사업본부 인력은 3449명이다.
각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LG전자 MC사업본부는 매출 5조2171억원에 영업손실 8412억원을 기록했다. 23분기 연속 적자다. 1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한 전년도에 비해서는 손실 규모를 줄였지만, 연초 공언했던 흑자전환의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연이은 흥행 부진으로 성장 동력 상실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 체질개선을 위해 10년간 유지한 브랜드 전략도 큰 폭으로 수정했다. 기존 'G시리즈', 'V시리즈'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고 플래그십 제품마다 소비자 요구와 시장 트렌드를 시의성 있게 반영하고 제품 특성을 직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별도의 브랜드를 적용하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LG 벨벳과 LG 윙 등을 선보였으나 시장 반응은 차가웠다. 플래그십 모델 가격을 낮추고 디자인과 차별화된 사용성에 집중한 '매스 프리미엄' 전략 역시 고성능 스마트폰을 선호하는 소비자 수요를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세계 최초 롤러블 스마트폰 'LG 롤러블'은 사전 티저 영상을 공개, 시장 기대감을 증폭 시켰으나 결국 출시가 무산됐다. 양산이 어렵고 수요가 한정된 제품 특성상 예정대로 출시가 이뤄지더라도 실적 회복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단기적 실적 회복이 시급한 LG전자 입장에서 롤러블 스마트폰 시장이 유의미한 수준으로 성장하기까지 버틸 시간적 여력이 부족했다는 분석이다.
ODM을 활용한 실적 개선과 사업 존속 역시 회의적 시선을 받았다. 비용 절감으로 단기 매출 확대와 영업이익 회복에는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독자 경쟁력과 브랜드 이미지, 제품 정체성 관점에서는 얻을 수 있는 실익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차세대 미래 기술과 시너지 확보라는 스마트폰 사업 유지의 대전제와도 배치된다.
시장을 주도하는 삼성전자, 애플과의 격차는 갈수록 벌어졌다. 글로벌 무대에서는 중국 스마트폰 브랜드에게도 자리를 내줬다. 끝내 경쟁을 지속할만한 신성장 동력을 찾지 못한 LG전자에게 철수나 매각 이외의 선택지는 없었다는 분석이다.
LG전자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검토한 결과 사업 종료가 중장기 관점에서 분명히 전략적 이득이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매각 협상 결렬… 5월 말까지 휴대폰 생산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 철수 결정에 앞서 매각 인수자를 찾기 위해 구글과 베트남 빈그룹 등을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매각 대상에 넘길 특허권을 비롯한 지식재산(IP) 포함 범위와 매각 가격 등을 두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이외에도 해외 생산설비 부분 매각과 사업 축소 후 단계적 철수 등 다양한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최종적으로 스마트폰 생산과 판매 종료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다만 통신사업자 등 거래선과 약속한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5월 말까지 생산을 지속하고 7월 31일부로 사업에서 완전 철수할 계획이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