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 사는 일흔 살 조 모 할머니는 2014년 12월 지인 소개로 IFCI에 가입했다. “골드가 되면 월 100만~150만원을 벌 수 있다”는 말을 믿고 지난해 1월부터 600만 직급포인트(PV)를 달성하기 위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출근하며 가입자 모집에 열중했다. 5월이 되도록 목표인 서른 명을 채우지 못한 조 할머니는 “6월 안에 목표를 달성해야 수당이 높다”는 말에 마음이 급해졌다. 조 할머니는 친구에게 200만원을 빌려 위약금을 대신 내주면서까지 주변 사람들의 휴대폰을 개통시켰다.
이마저 여의치 않자 6명에게는 비싼 이동전화 요금을 대신 내줬다. 인터넷 요금을 대신 내준 사람도 있었다. 겨우 골드가 됐지만 벌이는 시원치 않았다. 월 100만원 이상 약속한 IFCI의 말과 달리 실제로는 20만원 정도 밖에 벌지 못했다. 1년 동안 번 돈이 270만원에 불과했다. 반면에 위약금과 요금 대납에 쓴 돈은 무려 675만원에 달했다. 딸이 주는 용돈 월 10만원과 정부 지원금 20만원으로 근근이 생활하는 조 할머니는 허리 부상과 400만원의 피해, 망가진 인간관계만 남긴 채 최근 IFCI를 탈퇴했다. 조 할머니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내 나이 칠십에 방세도 내지 못하는 신세가 됐다”면서 “다른 사람이 휴대폰 다단계를 한다면 절대 하지 말라고 말리고 싶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휴대폰 다단계, 피해는 `현재진행형`
조 할머니는 결국 지난 4월 `IFCI 통신다단계 피해자모임`과 함께 IFCI를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본지가 입수한 고소장을 보면 고소의 가장 큰 이유가 `휴대폰 다단계는 가입자에게 요금 폭탄을 안긴다`는 점이다.
IFCI가 강의와 상담으로 큰돈을 벌 것처럼 유혹하지만 결국 8만~9만원대 요금만 돌아온다는 것이다. 본인만 요금 폭탄을 맞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조 할머니처럼 골드의 유혹에 빠져 자신의 돈을 써 가며 주변 사람 휴대폰을 개통하는 사례도 있다. 1인당 개통할 수 있는 휴대폰 대수가 5대(단말대금 일시불 조건)로 제한돼 위약금이나 요금을 대납하며 지인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일반 다단계에서 `사재기`의 휴대폰판 버전인 셈이다.
이 점은 정부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방송통신위원회가 2014년 10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LG유플러스의 다단계 판매를 조사한 결과 가입자 18만2493명 가운데 86.4%인 15만7673명이 6만2000원 이상 고가요금제에 가입했다. 대다수가 보통 때라면 쓸 일이 적은 비싼 요금제를 고르는 것이다. 그래야 후원수당을 많이 받을 수 있는 `골드` 직급에 오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자기 돈으로 자기 물건을 사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14년 12월부터 지난 5월까지 IFCI 브론즈 승급자 7만4347명을 조사한 결과 80%인 5만9496명이 남이 아닌 자신에게 휴대폰을 팔았다. 물론 요금제도 포함됐다. 자신에게 판매한 금액이 1인당 평균 198만5000원에 달했다.
◇양극화 극심…하위 직급자만 더욱 어려워져
IFCI는 골드 이상 상위 직급자에게만 유리하도록 회원 규정을 바꿨다. IFCI가 4월 8일 서울시에 `다단계판매업 등록변경신고서`를 제출하고 바꾼 회원 규정을 보면 `추천보너스`를 폐지한 게 눈에 띈다. 다른 가입자를 유치할 때마다 받는 보너스다. 1인당 2만~3만원이 보통이다. 골드가 아니어도 받을 수 있는 평등한 보너스였다. 이게 폐지됐다.
IFCI는 골드 미만 직급에 지급하는 `공유보너스` 요율은 30%에서 20%로 축소한 반면에 골드 이상에 지급하는 `클래스 보너스`는 50%에서 60%로 높였다. 한 그룹에서 벌어 온 돈의 60%를 소수인 상위 직급자가 독차지하겠다는 발상이다. 점점 상위 직급자는 더 많은 돈을 벌고, 골드에 오르지 못한 하위 직급자는 푼돈을 만질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후원수당 흐름을 보면 한눈에 드러난다. IFCI의 연도별 후원수당 지급분포도를 보면 상위 1%가 가져가는 돈과 하위 99%가 가져가는 돈의 비율은 점점 벌어진다. 2011년에는 88대 12이던 것이 2012년에는 90대 10, 2013년에는 94대 6으로 벌어지더니 2014년에는 95대 5까지 확대됐다. 지난 4월 회원 규정 변경 이후 이 같은 격차는 더욱 벌어질 가능성이 짙다.
IFCI 피해자모임은 중고폰 판매이익을 고위 직급자가 차지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IFCI는 사용하던 중고폰을 반납하면 현금이 아닌 현금포인트(CV)로 지급한다. CV는 IFCI 후원수당 지급 규정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현금을 받는 수단이 되기도 하지만 탈퇴 등의 이유로 공중에 사라지는 사례도 많다. 이렇게 모은 중고폰을 해외 등에 팔아넘겨서 큰 이익을 남겼을 거라는 게 모임의 주장이다. 모임은 적어도 10만대, 100억원 규모의 중고폰 수익이 회원들에게 분배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무서운 IFCI 성장세…“피해 확산 우려”
IFCI 성장세는 무서울 정도다. 2011년 20억원에서 출발한 연매출은 2014년 624억원에 달했다. 3년 만에 30배 이상 급성장했다. 같은 기간 판매원 수도 1741명에서 10만8900명으로 급증했다. 지금은 회원 수가 20만명을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업체는 지난해 10월 본사 1개, 지사 2개, 지점 105개, 개통전산센터(POS) 1개 등 109개 사업장을 거느렸다. 오죽하면 정부가 지난해 이 업체를 `창조혁신형 중소기업`으로 선정했을 정도다. 물론 정부는 이 업체가 휴대폰 다단계 업체인 줄 몰랐다.
방통위 규제를 당하고 공정위 시정명령을 받아도 확장 목표를 숨기지 않는다. IFCI가 올해 초에 펴낸 가입자 교육 책자를 보면 2017년 300만명, 2020년 1000만명 회원을 유치하겠다고 공언했다. 이 때문에 휴대폰 다단계를 방치하면 조 할머니 같은 피해자가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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