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라인> 속도의 시대

윤원창 생활전자부장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이 쓴 「빌 게이츠@생각의 속도(Speed of Thought)」라는 책이 올 가을 국내 베스트셀러로 부상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무엇보다도 정보에 대한 욕구, 특히 지금 전반적인 경제·사회·문화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핵심적인 요인과 미래에 닥쳐올 변화를 제대로 예단하고 적절히 대처하려는 사람들의 기본적인 욕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빌 게이츠가 이 책을 통해 주장하는 것은 앞으로 기업의 성패는 「디지털화된 신경망」을 갖추고 시장변화에 얼마나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느냐는 것으로 압축된다. 한마디로 기업은 하나의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로서 시장변화 정보를 정확하게 읽어내고 신속하게 반응하는 「반응 속도」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비즈니스에서 80년대가 질(質)의 시대, 90년대가 리엔지니어링(Reengineering)의 시대였다면 2000년대는 속도(Speed)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그는 단정했다.

 이미 속도의 시대가 왔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전자·정보통신 기술은 기존 속도의 개념을 완전히 파괴하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디지털기술의 발전속도는 종전과는 판이할 정도로 빠르다. 디지털기술의 엔진이라고 할 수 있는 프로세서의 성능은 18개월마다 2배씩 향상되고 있다. 물론 같은 비용을 기준으로 했을 때의 비교결과다. 프로세서뿐만 아니라 메모리 등 다양한 디지털기술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신기술이 전파되는 속도도 매우 빠르다. 디지털시대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인터넷의 전파속도를 보면 놀라울 정도다. 어떤 기술의 가치는 사용자 수의 제곱에 비례해 커지게 되므로 네트워크의 가치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게 된다는 「메칼프의 법칙」이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3Com의 창업자인 메칼프가 발견했다 하여 붙여진 이 규칙은 기술혁신 속도가 빠른 디지털시대에 더욱 힘을 발하고 있다.

 이처럼 빠른 신기술 개발과 전파 속도는 기업경영 환경을 불확실하게 만들고 있다. 과거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일이 벌어지고 있는 점을 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불과 4∼5년 전에 무일푼으로 시작한 인터넷 기업의 주가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다. 대동강 물을 팔아먹은 봉이 김선달이 가상공간에서 개념조차 잘 잡히지 않는 듯한 상품을 파는 기업의 주가가 엄청나게 비싸게 형성되는 현상을 보면 무슨 생각을 할까 자못 궁금하다.

 이같은 점을 감안하면 기업이 미래를 생각할 때는 분명 최근 변화의 주도 분야로 부상하는 인터넷 비즈니스에 눈을 돌릴 것이다. 실제로도 그렇다. 온 나라에 인터넷 열풍이 몰아칠 정도로 기업들은 인터넷만이 살길인 양 저마다 인터넷 비즈니스를 외치고 있다.

 현대종합상사·삼성물산 등 종합무역회사들은 앞다투어 인터넷 무역 전문업체로의 변신을 선언했으며 백화점과 유통업체들도 전자상거래사업에 경쟁적으로 나섰고 증권사와 은행들까지 사이버증권이니 인터넷뱅킹이니 하면서 부산을 떨고 있다. 게다가 최근 인터넷 비즈니스를 다시 보아야 한다는 시각이 일면서 인터넷 비즈니스 선도기업들은 지속적으로 사업 모델을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만큼 환경이 급변하고 있고 불확실함을 대변해주는 것이다.

 그래서 경제학자들은 디지털시대의 패러다임을 불확실(Uncertainty)하면서도 비선형성(Non­linearity)을 지니고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만큼 속도의 시대로도 일컬어지는 디지털시대에는 불확실성이 초래하는 위험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전략적 경영자세가 요구된다. 급변하는 디지털기술의 방향을 사전에 정확히 예측해 전력투구하는 식의 접근은 단 한번의 실수로도 회복불능의 충격을 입을 수 있다. 그렇다고 디지털시대의 변화를 염려하면서도 행동에 머뭇거려서는 안된다. 다른 기업의 행동을 기다리는 것보다는 먼저 행동하는 것이 속도의 시대에서는 알맞은 경영방법이다. 막다른 골목에 몰리지 않도록 선택의 여지를 남겨두는 유연한 경영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