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라인> 보조금의 경제학

 이동전화사업자들이 지난 4년 동안 단말기 보조금으로 지급한 금액이 5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이번 국감 결과 드러났다. 이는 우리나라 1년 예산의 5∼6%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다.

 보조금은 이동전화사업자들이 가입자를 늘려 요금수입을 올리기 위해 판촉수단으로 택한 것이었다. 그 덕분에 국민은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 이동전화서비스에 가입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가 단기간에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가입자가 증가한 것도 이 때문인 것 같다. 이로 인해 단말기 수요가 늘어 이동통신기기 생산업체를 살찌웠으며 관련 산업 발전이라는 효과를 거뒀다.

 그런데 정작 이동전화사업자들은 보조금 지급으로 경영상태가 악화되고 있다. 5개 이동전화사업자가 각각 지급한 보조금이 5000억원에서 많게는 1조5000억원에 이르니 그렇지 않다면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다.

 이동전화가입자가 2000만명이니 1인당 평균 25만원을 지원한 셈으로, 정부가 가입자당 15만원으로 규정한 상한선을 일부 사업자를 제외하고는 훨씬 넘겼다. 그런데도 보조금 규모는 날이 갈수록 더욱 커지고 있다.

 이쯤 되면 누구라도 보조금을 지급하는 배경에 대해 무언가 석연치 않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동전화사업자들이 과도한 보조금 지급을 불사하는 것은 단순히 서비스 요금 수입증대를 떠나 IMT2000 사업권 획득을 노리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들은 가입자를 많이 확보할수록 사업자 선정에서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원한다고 해서 모두가 사업자로 선정되는 것은 아니다. 만에 하나 탈락되면 문제는 심각하다.

 과거 개인휴대통신(PCS)이 활성화되자 시티폰은 시장이 죽어버려 그 사업자가 사업권까지 반납할 수밖에 없는 비운을 겪었다. IMT2000이 상용화되면 기존의 이동전화사업자는 시티폰 사업자와 같은 운명에 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같은 사태가 벌어지면 사업자로서도 큰 문제다. 기업이나 기관이 부실로 치달을 경우 세금으로 조성된 공적 자금이 투입되지 않으리란 법도 없다. 결국 사업자의 부실은 국민이 떠안아야 할 몫으로 남는다. 그것은 바로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는 것이다. 국민은 가입자 1인당 25만원씩 받았던 보조금과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돈을 직·간접적으로 물어야 할 수도 있다.

 사업자로 선정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그들은 이제까지 투입해온 비용을 건지려고 할 것이다. 그 경우 서비스 요금 인상이 가장 손쉬운 방편으로 보인다. 요금 인상의 반대급부는 국민의 부담이다. 그래서 국민에게 「보조금은 부담금」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몇년 전 PCS를 비롯한 이동통신사업자를 선정한 후 많은 후유증을 겪어야 했다. 그같은 결과가 초래된 것은 사업자 선정기준을 마련한 정부나 신청한 사업자가 지켜야 할 원칙에서 벗어났기 때문이었다. 그로 인해 그것에 연루된 관·재계는 물론 언론계까지도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 「부패」라는 낙인이 찍혀야만 했다.

 IMT2000 사업자 선정이 가져올 엄청난 이권만을 생각하고 정도를 벗어날 경우 우리는 또 그 같은 일을 당할지도 모른다. 이미 정부는 사업자 선정 일정을 확정, 세부적인 기준 마련을 위해 준비작업에 나서고 있다. 사업자들도 합격점을 얻어내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하는 눈치다. 그렇지만 사회적 비용을 늘려가면서까지 경쟁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사업자 선정이 올바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중요한 원칙에 따라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조건이라면 이에 응하는 사업자들이 페어플레이를 하는 것은 충분조건이다. 우리가 IMT2000 사업자 선정을 제대로만 한다면 적어도 정보통신 분야에서는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을 준비가 됐다고 자부해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