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라인> "세계적 비즈니스" 창출하자

조휘섭 국제부장 hscho@etnews.co.kr

 70·80년대와 2000년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지금의 우리나라 주택가 풍경을 비교한다면 아마도 가장 눈에 두드러지게 구별되는 것 중 하나가 옥외용 TV수상기 안테나가 아닐까 싶다.

 지금은 산자락의 「물 좋은」 아파트 단지로 변했지만 과거 「달동네」로 불렸던 곳들과 중소 도시의 인구 밀집지역에는 어김없이 TV안테나가 집집마다 빽빽하게 달려있었고, 태풍이 지나간 뒤면 옥상에 올라가 안테나 방향을 바로잡는 일도 익숙한 풍경이었다.

 지금 이같은 옥외용 안테나군들은 어지간해서는 보기 힘든 추억의 그림이 돼 버렸다. 물론 이를 사라지게 한 것은 근본적으로는 소득수준이 향상된 탓이겠지만, 직접적으로는 재개발 열풍에 따른 급격한 아파트화와 「유선방송」으로 불리는 중계유선방송사업자들의 역할이 컸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일부 중계유선사업자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개발도상국에 눈을 돌려 시장조사를 하는 등 기획은 마무리지었지만, 이들 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세력(?)과의 마찰을 비롯한 위험부담 때문에 발을 내딛지 못하고 있다고 「자랑같은 불평」까지 한다.

 사업하는 사람 가운데서 일본을 직접 둘러보거나 아니면 국제뉴스 등을 통해 사업 아이디어를 얻는다는 이가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대부분의 산업 분야에서 일본이 앞서 가고 있고, 새로운 서비스들도 역시 일본에서 시작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정보통신의 활용, 특히 앞서 말한 중계유선방송을 포함한 케이블TV 분야와 컴퓨터 활용 분야만큼은 예외인 것 같다. 이들 분야에서는 우리나라와 일본이 거의 대등한 속도로 나아가고 있고, 어떤 분야에서는 우리가 뉴스 거리를 만들어내는 경우도 없지 않다. 「PC게임방」과 케이블망을 활용한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등은 대표적인 사례로 들 수 있다.

 최근 일본 신문들은 일본에서 케이블TV망을 이용한 인터넷 접속 서비스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가케이블네트워크·지하라커뮤니티네트워크텔레비·도큐케이블텔레비전 등 주요 케이블TV업체들이 최근 케이블TV망을 이용한 인터넷 서비스에 대한 네티즌의 관심이 높아지는 것에 편승해 사용료를 크게 내리는 등 가입자를 대폭 확대하기 위한 움직임에 나섰다는 것이 이들 보도의 요지다.

 이들 일본 케이블TV업체들은 통신속도를 일본전신전화(NTT)가 서비스하는 ISDN의 4∼8배에 해당하는 256∼512Kbps로 높이는 대신 서비스 요금은 5000∼6000엔으로 월 3만2000엔 가량인 NTT커뮤니케이션스의 인터넷 항시접속 서비스 가격의 10분의 1 수준으로 책정,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고 한다.

 일본업체들 대신 우리 관련업체들의 이름을 집어넣어도 하등 어색하지 않은 내용들이다. 사실 일정부분은 우리 관련기업들이 한발 앞서 진행해온 일들이다.

 특히 「PC게임방」이라 불리는 「집 근처의 초고속 네트워크 인프라」는 일본이 갖추지 못한, 한국을 「원산지」로 하는 우리 브랜드사업이다. 일부 「PC게임방」 체인사업자는 일본에 거점을 마련하기 위해 각종 게임대회 등을 통해 시장을 타진, 일본 관계자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기도 하다.

 또한 최근에는 아파트에 초고속 정보통신망을 연결하고 구내정보통신망(LAN) 장비를 이용, 각 세대간 통신은 물론 사이버 반상회, 공동 물품구매까지 가능한 사이버 아파트 건설계획을 잇따라 발표하는 등 「집 근처의 초고속 망」에 이어 이제는 「집 안의 초고속 망」을 구축하려는 시도까지 잇따르고 있다.

 이들 비즈니스는 우리가 강점을 갖고 시장을 리드할 수 있는 부분들로, 전후방 산업에 대한 막대한 파급효과는 이미 확인한 바 있다. 우리가 D램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업을 배출했듯, 인터넷을 기본 개념으로 삼는 새 천년 벽두에 이들 사업을 바탕으로 한 「세계적으로 통하는 비즈니스」가 나와주기를 기대한다면 지나친 욕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