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라인> 벤처기업가의 도덕성

구원모 인터넷부장

 요즘 인터넷 분야만큼 상종가를 치는 기업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심지어 모든 경제의 핵심이 인터넷으로 몰려오는 듯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미국의 야후나 아마존, e베이 등이 불과 몇년 사이에 세계적인 기업으로 부상한 것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인터넷 관련분야가 덩달아 춤을 추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대세임에 틀림없다.

 그래서인지 요즘 인터넷 관련 벤처업체 사장들을 만나면 코스닥(KOSDAQ)에 지대한 관심을 표명한다. 이들 가운데 대다수는 내년중 자신의 벤처기업을 코스닥에 상장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물론 코스닥에 상장할 수 있을 만큼 벤처기업을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는 도전정신을 가져야 할 벤처기업가에게는 어쩌면 당연한 목표일는지 모른다. 정해진 목표가 있으면 한곳에 매진해 전력을 다할 수 있고, 또 기업 규모를 상장할 만큼 키우게 되면 곧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데 일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차원에서도 많은 벤처기업에 수천억원을 퍼부으면서 한편에서는 어떻게 하면 이들 새싹이 거목으로 자라게 도와줄 수 있는지 각 부처마다 경쟁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최근 국무총리실 규제개혁위원회에서 본지 담당 데스크에게 인터넷 벤처기업이 사업을 영위하는 데 있어 걸림돌이 되는 법 및 제도적인 문제와 정부차원에서 풀어야 할 행정규제가 무엇인지를 자문하는 것만 봐도 정부의 노력은 가상할 정도다.

 그러나 일부 인터넷 관련 벤처업체 사장들의 이같은 발상 이면을 보면 마치 코스닥으로 가는 길을 떼돈 버는 지름길로 착각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접하게 된다. 사업을 하고 기업을 영위해나가는 것 자체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인 것처럼 비쳐질 정도여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들은 인터넷경제학(Webonomics)이란 신용어를 들먹이며 순익도 없이 적자를 보면서도 무리한 경품행사를 통해 회원확보와 세 불리기에만 혈안이 된 것 같은 느낌이다. 벤처기업으로서 해야 할 기술개발 투자나 콘텐츠 품질제고는 뒤로 한 채 신문, 잡지는 물론 TV광고까지 동원해 회사이미지를 알리는 데 수억원씩 쓰면서 모자라는 자금은 정보산업에 무지한 투자자들의 투기심리를 이용해 사이버 주식공모 등으로 동원하고 있다.

 최근 잘 나가는 벤처업체인 모 회사의 경우 이런 방식으로 자금을 동원해 회사 부채를 갚고 남은 돈 수십억원을 성격이 다른 벤처기업에 역투자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여유자금을 다른 벤처기업으로 흘려보낸 것이 잘한 일인지 그렇지 못한지는 차치하더라도 주주들이 회사를 키우라고 모아준 자금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그리 반가운 소식은 아닐 것이다.

 이제 우리 인터넷 산업이 기반을 잡고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인터넷 강국으로 부상하려면 도덕적으로 해이해진 인터넷 관련 종사자들의 새로운 정신무장이 요구된다. 지금보다는 조금 더 거시적인 차원에서 인터넷 시장을 바라보고 벤처기업답게 기술개발에 전력하는 것이 참다운 벤처가 아닌가 싶다.

 한편으로는 우리처럼 정치에 의해 경제가 좌우되는 비중이 큰 나라에서 내년 총선 이후 인터넷 벤처기업들이 꿈에도 그리워하는 코스닥이 어떻게 변할지, 그때 이들 기업의 어려움은 없을지, 아니 이들에 투자한 주주들이 손해를 보지는 않을지 걱정스럽기도 하다.

 기업가와 장사꾼은 평범한 시각으로 봐도 분명히 차이가 있다. 기업가는 회사를 운영하면서 이윤을 남기고 이를 재투자해 그 이윤을 사회로 환원하는 조직의 장이라면 장사꾼은 단지 자신이나 자기 식솔만을 위해 돈을 버는 게 아닌가 싶다. 지금 인터넷 분야의 벤처기업을 이끌고 있는 일부 경영자들은 자신이 기업가인지 아니면 장사꾼인지 다시 한번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