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라인> 디지털시대의 새 사고

이윤재 디지털경제부장

 요즘 우리사회는 알게 모르게 디지털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디지털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문화와 관습까지 침범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또 산업혁명으로 농경사회가 산업사회로 바뀐 이래 가장 큰 변화의 물결이다.

 잘 알다시피 디지털은 「0」과 「1」이라는 숫자로 끊는 이진법으로 모든 정보를 표현한다. 그리고 이 이진법의 표현은 연속적인 값으로 표현하는 아날로그와는 달리, 정보를 자유롭게 변환하고 가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보전달의 밀도를 높일 수 있어서 언제나 원본과 똑같은 정보전달이 가능하다. 따라서 디지털은 곧 정보기술로 이어지고, 지금 수많은 정보상품을 쏟아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디지털은 이제 단순히 정보저장기술을 의미하는 단계를 넘어서 새로운 경제·사회·문화적 흐름을 지칭하는 용어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디지털시대의 새로운 사고를 요구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먼저 기업의 경우를 보자. 이제까지는 대량생산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조직의 힘으로 시장경쟁에서 우위를 다퉜지만 디지털시대에는 이러한 논리가 더이상 먹혀들기 힘들다. 디지털이 탄생시킨 최고의 작품인 컴퓨터와 인터넷기술이 지배하는 경영환경에서는 단합된 조직의 힘이 아니라 조직원의 창의를 바탕으로 한 유연성이 경쟁력을 가늠하기 때문이다. 시장범위도 특정 지역이나 국가에 국한되지 않고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글로벌시장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눈에 보이는 상품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아이디어가 곧 시장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주역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디지털시대의 변화가 얼마나 큰 것인가를 짐작하게 한다. 즉 생산의 3요소인 토지·노동·자본은 디지털시대에 별 의미를 갖지 못하고 정보와 창의력이 재화를 창출하는 핵심요소로 등장한 것이다.

 사회·문화적 변화도 엄청나다. 컴퓨터 앞에서 원하는 물건을 마음대로 고를 수가 있고 은행업무나 주식투자를 할 수 있으며 세계 어느 곳에 있는 친지와도 얼굴을 직접 마주보듯 대화할 수 있는 세상이 펼쳐졌다. 밖에 나가지 않고도 실시간으로 모든 일을 처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여럿이 협력해서 생활하기보다는 혼자서 스스로의 힘으로 풀어야 할 일들이 많아졌다. 이는 전통적 관습이나 사고방식으로는 살아가기가 어렵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새로운 사고를 가진 자만이 디지털사회에 어울릴 수 있는 때가 다가왔다는 얘기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새로운 사고란 디지털과 같은 이진법만으로는 기대하기가 곤란할 것 같다. 「0 아니면 1」이 아니라 주어진 값이 계속해서 변할 수 있는 사고, 즉 유연하고 탄력적인 사고를 디지털시대는 요구하고 있다. 또 여기에는 지식이 풍부한 사고가 밑받침돼야 한다. 조직의 틀이나 사회적 관습에 따라가는 수동적 사고가 아니라 더욱 능동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전달방법을 통해 자신을 알리고 또 재화를 창출하는 것 등은 이제는 어색한 일이 아니다. 일례로 요즘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사이버주식공모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 않은데, 이는 디지털시대에 맞는 제도적 장치가 미비된 탓이지 이러한 발상을 나무랄 수 없다. 사이버주식공모와 같은 발상이 디지털시대를 이끌어가는 새로운 사고이기 때문이다.

 디지털사회에서는 또 정보다는 철저한 자기책임을 요구한다. 이는 이기주의라는 사회적 병리로 번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크지만 그렇다하더라도 조그마한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것이 디지털사회의 속성이라 할 수 있다.

 인텔 앤드루 그로브 회장의 좌우명처럼 『항상 외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경계하고 걱정해야 살아남는다』는 논리가 디지털시대에는 더욱 불가피하다. 디지털시대에는 항상 사고를 전환할 태세가 돼 있어야 하며 지식을 기반으로 한 창의적 사고를 기본으로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