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라인> 원전관리의 투명성

박광선 기술산업부장

 원자력발전소에서 일어난 사고를 다룬 영화 「차이나 신드롬」이 지난 79년에 개봉되자 뉴스위크지 칼럼니스트 조지 윌은 영화 스토리의 허구성을 날카로운 필치로 맹비난했다. 이 영화가 『비행기속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의 옆자리에 앉아 있는 것보다 더 안전한 원전에 대한 인식을 왜곡시킨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이 영화가 개봉된 직후 미국 해리스버그 TMI­2 원전의 핵연료가 녹아내리는 미국 원전 상업운전 이래 최대사고가 발생하자 원전이 안전하다는 주장은 쑥 들어가고 한동안 원전 안전성에 대한 논란으로 시끌벅적했으나 당사국을 제외하고는 반향이 크지 않았다.

 그로부터 7년후인 86년 4월 차이나 신드롬이 예고했던 대재앙이 현실화되는 듯한 사고가 터졌다. 옛 소련 우크라이나공화국 수도 키예프 북방에 위치한 체르노빌 원전 4호기가 운전원의 운전미숙과 기계적 결함으로 폭발하면서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폭의 350배에 달하는 방사능 물질을 누출, 러시아·우크라이나·벨로루시 등 3개국 주민 900만명이 직간접적으로 피폭을 당했다.

 또 불과 얼마 전에는 일본 도카이무라 핵연료 처리공장의 방사능 누출로 50여명이 피폭된 데 이어 월성3호기의 중수누설로 작업자가 피폭당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원전의 안전성문제가 또 다시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우리가 이처럼 원전사고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은 전력 에너지의 40% 이상을 원전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지난 78년 고리 1호기를 가동하면서 원전시대에 접어든 우리나라에서 아직까지 대형 원전사고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들이 원전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것은 원전사고의 공통점이 설비자체의 결함보다는 종사자들의 실수와 관리부실인데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반증하듯 우리의 안전지수가 이들 국가보다 높지 않기 때문이다.

 『웨스팅 하우스가 제작한 고리 1∼4호기와 영광 1, 2호기는 제어봉 안내관 지지핀이 파손돼 제어기능 상실이 우려되고, 프랑스 프라마톰이 제작한 울진 1, 2호기는 증기발생기의 여러 관들이 부식과 마모로 손상되는 등 가동중인 원전 16기가 안전한 것이 없다』는 모 의원의 말처럼 우리 원전은 사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사고내용을 떳떳이 공개하기보다는 은폐·축소에 골몰한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 95년 고리 원전 방사능폐기물에서 방사능이 누출된 이후 『모든 사고에 대한 긴급보고체계를 확립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아직도 은폐·축소의혹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은폐·축소는 자칫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아야 되는 사태를 초래할 수도 있다. 우리 국민들이 원전 건설을 반대하고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이유도 「사고는 감추는 것이 최고」라는 생각 때문이라는 점을 원전 관계자들은 명심해야 한다.

 물론 원전의 기기 이상으로 피해가 발생하면 사고, 피해가 없으면 고장인데도 불구하고 무조건 사고로 확대해석하기 때문이라는 과기부와 원전관계자들의 말도 일면 이해는 된다. 하지만 원전사고는 작은 실수도 용납되지 않기 때문에 모든 것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원전사고의 공개와 은폐·축소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이는 똑같이 대형 원전사고를 겪었던 미국과 소련의 사례에서도 드러난다.

 사고내용을 즉시 공포하고 주민들을 신속하게 대피시킨 미국의 경우 방사능 물질이 원전밖으로 누출되지 않고 피폭자도 없었던 반면 『체르노빌 발전소에서 작은 사고가 발생했으나 큰 사고는 아니니 주민들은 동요하지 말고 생업에 종사하라』고 은폐·축소했던 소련주민은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그런 점에서 지자체·지역주민·환경단체·원자력안전기술원·한국전력·과학기술부·원자력안전위원 등이 골고루 참여하는 「원전안전 종합점검단」에 거는 기대가 크다. 점검단이 우리 원전의 문제점을 철저히 분석, 더욱 안전한 원전대책을 수립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사회적인 공감대를 얻지 못하면 의혹만 증폭시킬 뿐이다. 원자력을 비롯한 과학기술이 더이상 과학기술인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을 깊이 인식, 열린 마음으로 원전운영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