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라인> 대우사태가 준 교훈

이윤재 디지털경제부장

 오늘부터 대우채권 환매비율이 80%로 높아진다. 이른바 「11월 대란설」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날 것인가 하는 시험 첫날이다. 10일부터 대우채권 환매비율이 50%에서 80%로 높아짐으로써 이제 수익증권 투자자들의 동요 정도에 따라 우리 경제의 명암이 달라질 형국이다. 수익증권 환매규모는 미시적인 시장경제 환경뿐만 아니라 길게는 내년 7월 시가평가제도 실시까지의 거시경제적 정책방향 수립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대량 환매사태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자위하면서도 10일 이후의 환매사태를 의식해 그동안 이중삼중의 대책을 내놓았다. 한국투신과 대한투신 등 양대 투신에 3조원 추가 출자 계획, 증권금융을 통한 2조원의 유동성 추가지원, 채권안정기금으로 투신사 보유 채권 무제한 매입, 성업공사의 대우무보증채 매입, 가입자에게 세금을 절반 이상 깎아주는 그레이펀드 판매 허용 등.

 그리고 9일에는 금융감독원에 수익증권 환매 대책반과 유동성지원 대책반으로 구성된 「수익증권 환매 특별상황실」까지 설치했다.

 대우사태 해결의 실타래가 풀리느냐 엉키느냐 하는 문제의 출발점은 이제부터인 것 같다. 환매우려와 함께 워크아웃 계획이 부결된 대우통신 등에 대한 채권단의 추가회의를 앞두고 있는데다 해외채권단의 반응이 곧 그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되는 등 이번주가 대우사태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해외채권단의 움직임은 대우 실타래를 풀어가는 데 중요한 고비가 될 전망이다. 지난달 28일 도쿄에서 열린 해외채권단 회의 직전에 우리 정부가 대우 채무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대우전자 등 핵심 4개사의 워크아웃 플랜에 대해 해외채권단에 2∼3주의 검토시간을 주고 그 의견을 반영하겠다고 밝힌 후 해외채권단 중 일부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결코 안심할 단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소액채권 기관들이 끝까지 이들 4사에 대한 워크아웃 계획을 거부하고 법적 조치에 들어갈 경우 대우사태 해결 자체가 난관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만약 대우사태가 원만히 해결되지 못하고 난항을 거듭하게 되면 그만큼 우리 경제가 입는 타격이 클 것은 분명하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경제의 앞날을 보는 해외 시각이 분분하고 경제위기가 가시지 않은 이 시기에 대우 실타래가 제대로 풀리지 않을 경우 제2의 경제환란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또 이번 대우사태는 우리 전자·정보통신업체들에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대우사태가 김우중 회장의 「세계시장을 겨냥한 방만경영」으로 귀착되는 듯한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대우의 세계경영은 부존자원이 취약하고 해외시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 실정에 비추어볼 때 절대적으로 필요한 대목임에 틀림없다. 국경없는 경쟁시대를 맞아 우리나라처럼 좁은 내수시장만으로는 승산이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 대우의 세계경영은 전자·정보통신 업계에 충분한 벤치마킹 대상이라고 본다.

 그러나 대우사태가 우리나라 경제의 시험무대가 될 정도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만약 대우의 세계경영이 국제통화기금(IMF) 환란을 슬기롭게 극복했다면 그 자체가 IMF 탈출구로 작용했을 것이다. 말 그대로 「대우사태」로 번졌기 때문에 「방만경영」이라는 사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 인터넷 열풍을 타고 「부」를 축적하며 기업을 사들이는 사람들을 보면 대우사태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한다. 지금 당장은 기업을 확장하면서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것처럼 얘기하고 있지만 그 자체가 언제든지 대우 세계화의 부산물로 지적받고 있는 방만경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이제는 좀더 「전문화」에 충실하고 방만경영보다는 그 역량을 「세계화」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