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기현 컴퓨터산업부장
미국증권딜러협회가 장외주식 거래를 위해 만든 나스닥(National Association of Securities Dealers Automated Quotation). 지난 71년 설립 초기까지만 해도 거래소에 상장되지 않은 종목의 거래를 알리는 호가시스템에 불과했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인텔·애플사 등 정보기술(IT) 업체들이 대거 상장되면서 증권거래소 못지 않은 증권시장으로 그 명성을 높이고 있다.
현재 나스닥에 상장돼 있는 기업 수는 모두 4895개다. 이들 업체가 하루에 거래하는 주식은 평균 1억280만주에 거래대금은 390억달러에 이른다. 370여개 등록업체에 하루에 120만주, 수백억원에 그치는 국내 코스닥시장과 비교하면 100배가 넘을 정도로 그 규모가 크다.
규모도 규모지만 세계 많은 벤처기업들이 나스닥 진출을 꿈꾸고 있는 이유는 다른 데 있다. 글로벌 벤처시대를 맞아 나스닥은 첨단 벤처기업의 요람이다. 벤처성공을 위한 세계 최고의 등용문인 셈이다. 상장절차가 매우 까다로워 상장하기는 어렵지만 상장에 성공한다면 국제 기업으로 이미지 제고는 물론 기업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손쉽게 유치할 수 있다.
그래서 각국의 유망 벤처기업들이 나스닥시장의 상장을 「염원」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많은 벤처업체들도 4년 전부터 나스닥 진출을 추진해왔다. 현재 반도체업체인 미래산업을 비롯해 하나로통신·데이콤·에이스테크놀로지·한국통신프리텔·메디다스·프로칩스·한글과컴퓨터·한별텔레콤 등 10여개 IT업체들이 나스닥에 상장하기 위해 온힘을 쏟고 있다.
그 결과 초고속 인터넷서비스 업체인 두루넷이 국내업체로는 처음으로 미국 나스닥시장에 직상장하게 됐다. 4년여 만에 이루어낸 쾌거다. 두루넷은 최근 지난 11월초부터 시작한 주주 공모 로드쇼가 이번주초 미국에서 마무리되는 대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승인을 거쳐 17일께 나스닥에 상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쾌거는 개발도상국 가운데 버뮤다 기업 22개와 대만·인도 등 아시아권 국가 기업들이 이미 나스닥에 상장돼 있다는 점에서 다소 때늦은 감도 없지 않다. 하지만 IMF 등으로 어려운 국내 경제환경 에서도 까다롭기로 유명한 나스닥 시장에 두루넷이 당당히 첫발을 내디딘 것은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를 계기로 우리나라 기업들도 국제 자본시장에서 세계적인 기업들과 당당히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됐을 뿐만 아니라 그동안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던 다른 국내 기업들에 동기부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우리나라 기업의 대외 인지도 제고, 해외자본 유치, 투명한 경영환경 조성 등 여러모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게 틀림없다.
물론 두루넷이 나스닥에 상장한다고 모든 게 다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나스닥 상장회사로서 면모를 갖추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스닥 시장에서 상장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나스닥에 상장만 하면 주가가 공모가의 수배 또는 수십배 뛰는 게 아니다. 현재 나스닥에 상장돼 있는 업체 가운데 기업의 초기 가치를 유지하고 있는 기업은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많은 기업들의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는 것이다.
나스닥에 상장하면 상장기업으로 누릴 수 있는 가시적인 효과 못지 않게 기업공개에 따른 주주, 이사회, 법률기관, 언론, 투자은행 등 이해당사자들에 대한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기업공개에 따른 의무사항으로 기업운영상의 노하우나 전략, 재무제표 공개, 회사·임원·이사회·주주 등의 비밀스런 정보까지 낱낱이 밝힘으로써 경쟁업체와 새로운 정보경쟁을 펼칠 수밖에 없다.
두루넷이 나스닥에 상장된 국제적인 기업으로서 명성을 갖기 위해서는 바로 이러한 점에 철저히 대비할 수 있는 경영전략을 구사하지 않으면 안된다. 국내 기업들이 하듯이 공시를 위반하거나 매출목표와 수익률을 속여서는 퇴출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두루넷은 이제 나스닥 기업으로 기업가치를 높이고 투명한 경영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기업의 홍보관리와 투자자 관리, 그리고 경쟁업체들보다 한발 앞선 기술개발 등 관련된 업무에 모든 역량을 모아야 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두루넷이 시급히 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