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재 디지털경제부장
요즘 벤처캐피털과 벤처기업이 서로 어우러진, 이른바 「벤처붐」이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고 있다. 벤처자본과 벤처기술이 찰떡궁합처럼 결합하면서 상승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것이다. 그 결과 올해에는 벤처기업뿐만 아니라 벤처캐피털들도 엄청난 이익을 낼 전망이다.
업체 수도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현재 중소기업청에 등록한 벤처기업 수는 약 4800개. 숫자면에서 대만(1200개)과 이스라엘(1000개)은 물론 일본의 4700개보다도 많다. 이들 벤처기업은 또 국제통화기금(IMF) 한파로 우리나라 경제가 크게 위축된 지난해부터 크게 늘어나기 시작했다는 점도 관심을 끈다. 지난해 5월부터 올 10월까지 월평균 289개 벤처기업이 탄생하고 대학생들이 취업대상업체로 벤처기업을 선호한다는 조사결과(중기청 1월)가 이를 확인시켜 주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벤처캐피털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새로 결성한 투자조합 수는 10월 말 현재 43개로 지난해보다 무려 3배가 증가했으며 신규 투자결성액도 지난해의 2.6배인 2198억원에 달한다. 벤처캐피털은 82개사로 확대됐다.
또 사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눈에 띄게 활동한 벤처캐피털은 10여개에 불과했으나 최근에는 30개사 안팎으로 늘어났다. 최근들어서는 외국계 벤처캐피털의 국내 벤처기업 투자도 빠르게 증가하는 것 같다. CDIB·H &Q 등 외국계 투자기관들이 국내 벤처기업 투자자금으로 연간 1000억원 이상을 책정했으며 영국 자딘플레밍일렉트라의 경우는 벤처기업인 로커스에 1600만달러를 투자해 이미 26배의 수익을 실현하고 있다.
우리나라 벤처기업의 수준은 그 발전과정 측면에서 볼때 1세대와 2세대를 거쳐 이제 3세대로 접어든 느낌이다. 지난 80년대 척박한 여건속에서 태동한 큐닉스·태일정밀·삼보컴퓨터 등이 1세대 벤처기업들이라면 2세대 벤처기업은 90년대 중반부터 정보통신과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정보혁명의 흐름을 타고 나타났다. 그리고 3세대로 분류할 수 있는 두루넷과 미래산업 등은 이제 활동무대를 국내 코스닥에서 해외 나스닥으로 옮기는 본격적 국제화로 특징지을 수 있다.
이와 관련, 최근 삼성경제연구소는 벤처기업을 심층분석한 보고서를 통해 국내에서 성공한 벤처기업의 특징을 △확실한 아이템 △조직원 결속력 △틈새시장 공략 △아웃소싱 적극 활용 △카리스마적 창업가 등 5가지로 제시하기도 했다.
최근의 우리나라 벤처기업과 벤처캐피털 사이의 융합현상은 실리콘밸리의 전성기쯤에 다가서는 듯하다. 명실공히 벤처시대가 개막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21세기는 정보통신·인터넷 등의 프런티어 벤처기업이 우리나라 산업경제의 주역으로 자리매김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편에서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 너무 급작스럽게 다가온 벤처열풍에 개인적 당혹감을 감추기도 어렵지만, 그것보다는 필연적으로 한번 이상은 겪어야 할 구조적 조정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벌써부터 일각에서는 「벤처거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며, 심지어 현재의 벤처기업 중 95%가 머지않아 망할 수 있다는 차디찬 냉소까지 나오고 있다.
그래서 지금의 벤처기업, 특히 돈에 눈이 먼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허리띠를 바싹 조여야 할 것으로 지적하고 싶다. 벤처기업들은 앞으로 여러차례에 걸친 조정이 불가피하므로 자생력을 키우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특히 상당수 벤처기업이 기업가치에 비해 주가가 너무 높은 등 과대평가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벤처캐피털이 대거 투자처를 찾아다니고 있어 새로운 아이디어만 있으면 성장할 수 있다는 식의 단순논리가 먹혀들지 모르지만, 이는 언제 어떻게 뒤바뀔지 모르기 때문이다.
벤처캐피털도 「묻지마 투자」식의 돈놀이속으로 휘말려서는 안될 것이다. 벤처캐피털이 단순한 금융업이나 사채 등과 다른 것은 오로지 투자수익에 초점을 맞춰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벤처캐피털은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뿐만 아니라 재무관리·마케팅·인력관리·기술개발·생산관리 등 경영전반에 걸친 지도·지원의 역할을 해야만 국제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고, 또 이것이 벤처기업과 벤처캐피털이 공생할 수 있는 기본요소라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