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라인> 전략적 제휴

금기현 컴퓨터산업부장

 미국 반도체설계 업체에서 가장 잘나가는 회사 중의 하나가 램버스사다. 90년 벤처기업으로 출발해 9년째가 된 이 회사는 초고속 D램기술에서는 경쟁자가 없을 정도로 유명하다.

 현재 램버스의 나스닥 주가는 71달러다. 이 회사는 시가총액으로 따져도 벤처기업으로서는 열 손가락 안에 꼽힌다. 이러한 램버스라고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최고의 기술을 앞세워 초고속 메모리를 개발해놓고도 시장확보에 곤란을 겪었던 시절이 있었다. 초고속 메모리에 대한 기술력은 있었지만 시장을 주도할 만한 능력이 부족했던 것이다. 램버스로서는 자신들의 제품이 업계 표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적 파트너가 필요했다. 이때 나타난 것이 인텔이다. 인텔은 차세대 중앙처리장치(CPU) 제품의 성공을 위해 초고속 메모리가 필요했고 이를 해결해줄 만한 업체는 램버스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이 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두 회사의 제휴는 지분참여, 개발협력, 마케팅 참여 형태로 이루어졌다.

 이로써 램버스는 이제 칩을 제조하지 않고 신기술을 개발, 이를 반도체· 컴퓨터 제조업체에 라이선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세계 최고의 회사가 되었다.

 전략적 제휴의 매력은 바로 이런 것이다. 기존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는 더 없이 좋은 방법이다. 그래서 외국 선진기업들은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라면 어떤 기업과 제휴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요즘 우리 전자·정보통신 업계에도 「전략적 제휴」 바람이 불고 있다. 하루에도 몇 업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있다. 정보통신업체 치고 이를 맺지 않는 업체들은 팔불출로 여겨질 정도다. 가히 「신드롬」이라 할 만하다.

 전략적 제휴는 「죽기 아니면 살기」식 경영에 주력해온 우리나라 업체로서는 그동안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용어였다. 아직까지도 『승리 아니면 패배라는 기업경영 시대에 무슨 제휴』라고 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하지만 전략적 제휴가 21세기 기업경영의 중요한 테마가 되면서 우리나라 정보통신업체들도 이제 너도 나도 이에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일고 있는 전략적 제휴 열기는 어딘가 허전하고 왜곡되어 있는 듯하다.

 전략적 제휴란 한마디로 그동안 특별한 관계가 없는 기업들이 각자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특정 사안에서 손을 잡고 나아가는 것을 말한다. 「전략」과 「제휴」란 단어속에 기업들의 속셈이 담겨 있다. 제휴를 하되 각자의 전략적 이해가 숨어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단순한 협조와는 그 개념이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우리 전략적 제휴는 경쟁력 강화보다는 단순협조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 엄격히 말해 제품공급 계약이나 업무협조를 전략적 제휴로 과대포장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전략적 제휴가 기술을 바탕으로 모자라는 부문에서 서로 협력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보다 홍보성 행사에 그치고 있다는 생각이다.

 전략적 제휴는 위기의 시대에 위험을 줄이며 내실을 키우기 위해 필요한 경영전략이다. 또 개발이 어려운 기술을 공동으로 처리해 개발기간을 단축하고 이에 드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도 이것이 필요하다. 대규모 설비 투자에 따른 위험부담을 나누고 상대방의 기술이나 마케팅 능력을 습득하기 위해서도 전략적 제휴를 생각해봄 직하다.

 제대로 된 전략적 제휴를 위해서는 대기업, 중소기업, 벤처기업 등 기업의 규모나 국적을 굳이 따질 필요는 없다. 상대방에 전략적이거나 기회주의적이어서도 안된다. 막연히 잘될 것이라는 기대도 금물이다. 매력적이고 신뢰있는 파트너를 물색해 경쟁과 협력을 전략적으로 활용해나갈 수 있는 제휴가 전략적 제휴의 기본이라는 점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