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라인> 우리도 노벨상에 도전하자

박광선 기술산업부장 kspark@etnews.co.kr

 오스트리아는 우리와 비슷한 점이 많은 나라다.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섰으며 내륙국가로 이렇다 할 부존자원이 없다. 면적은 우리(남한)와 엇비슷하다.

 영세중립국인 오스트리아는 전통적으로 양보다는 질적 성장을 추구해 왔다. 특히 경제주체인 노·사·정이 합심해 파업과 같은 극한대립을 피하고 소득을 공평히 분배하면서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는 기틀을 다졌다.

 물론 이러한 힘의 원천은 과학기술이다. 정부와 민간 연구소들이 세계적인 조류에 맞춰 최첨단 기술을 개발하고, 개발된 기술을 산업화할 수 있는 산학연구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나라가 바로 오스트리아다.

 이 아침에 뜬금없이 오스트리아 얘기를 꺼내는 것은 선진국으로 진입하려는 우리에게 훌륭한 교훈국이 되기 때문이다.

 유럽연합의 통합과 확대 등 주변국의 변화를 예의주시하면서 새 천년을 대비하고 있는 이 나라에서 가장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은 노벨상이다. 인구 800만명에 불과한 소국이지만 지금까지 18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노벨상을 염원하면서도 아직까지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한 우리로서는 참으로 부러운 나라가 아닐 수 없다. 사실 우리 민족의 노벨상에 대한 열망은 남다르다.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되는 10월이면 온 나라가 수상의 그날을 기대하며 열병을 앓을 정도다.

 수상자와 국가에 올림픽 금메달이나 월드컵 진출 등과는 다른 차원의 명예와 자긍심을 심어주는 노벨상. 우리는 언제쯤 노벨상을 따낼 수 있을까.

 그동안 우리가 가장 근접했던 부문은 평화상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몇차례 후보에 오르면서 기대를 갖게 했으나 수상의 길은 멀고도 험난했다. 물론 향후 수상할 수도 있으나 국제정세가 좌우하는 노벨평화상의 특성을 감안하면 점치기 어렵다.

 문학상은 우리 작품에 대한 외국어 번역이 취약해 당분간 수상을 기대하기 어렵고, 경제학상은 한국학자가 후보에조차 거론되지 않으니 수상은 요원한 상황이다.

 현재 우리가 기대를 걸고 있는 부문은 과학상이다. 과학계도 「섣부른 예상은 금물」이라면서도 지난 97년에 한국노벨과학상수상지원본부(KAAS)를 출범시키는 등 수상자를 배출하기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숙원을 풀어줄 과학자는 과연 누구일까. 이에 대한 견해는 학자들마다 조금은 다르지만 30∼40대에 이룬 업적을 가지고 수상자를 결정하는 관례에 따르면 현재 60대 전후인 과학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기준에서 보면 중성미립자이론의 권위자인 김정욱 고등과학원장, 이서구 이화여대 석좌교수, 이호왕 아산생명공학연구소장, 김순권 경북대 교수, 김성배 미 MIT대 교수, 김성호 캘리포니아대 교수 등이 노벨상에 근접한 과학자로 손꼽힌다.

 이호왕 박사는 세계 최초로 유행성 출혈열의 원인을 밝혀내고 이를 예방할 수 있는 백신 「한타박스」를 만든 주인공이며, 김순권 교수는 악마의 풀이라고 불리는 「스트라이가」에 견딜 수 있는 옥수수 50여종을 개발, 아프리카의 기아해결에 공헌했다.

 김성호 교수는 엑스선 결정구조분석법으로 전달(t)RNA의 3차원 구조를 73년에 밝혀냈고, 이서구 박사는 세포내 신호전달에 기여하는 인지질분해효소(PLC)라는 신호전달물질을 89년 분리·규명했으며, 김성배 교수는 후천성면역결핍증(AIDS)를 일으키는 바이러스(HIV)가 인체에 침투하는 과정을 세계 최초로 밝혀낸 데 이어 올해 이 바이러스의 인체침투를 막는 물질(D펩타이드)까지 발견했다.

 모두가 노벨과학상을 수상할 만한 업적을 남긴 과학자들이다.

 물론 노벨상이 개인의 역량은 물론이고 국가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에 이들의 노벨상 수상이 그리 간단치는 않다. 하지만 불가능은 없다.

 새 천년 벽두에는 우리의 염원인 노벨상 수상국 반열에 들어설 수 있도록 정부와 민간이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