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라인> 윈도를 닮아가는 리눅스

서현진 기획취재부장 jsuh@etnews.co.kr

 리눅스가 탄생하게 된 배경으로는 이른바 「카피레프트(Copyleft)」 운동이 그 으뜸에 있다. 이 운동의 창시자인 리처드 스톨먼이 85년에 기초한 「GNU선언문」이라는 것을 보면 카피레프트운동은 기존 저작권(Copyright) 개념이 무시된 소프트웨어의 개발과 배포에 관한 행동철학쯤으로 해석될 수 있다. 카피레프트를 이해하려면 우선 프리(Free)소프트웨어의 뜻을 새겨볼 필요가 있다.

 여기서 프리란 공짜(for free)가 아니라 『누가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누구에게 사용 자격을 부여할 것인가』를 결정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프리소프트웨어의 소스코드는 그래서 누구든지 자유롭게 복제(Copy)하고 개작(Modify)할 수 있으며 포장해서 배포할 수도 있다. 어느 특정 개발자가 저작권을 주장할 수 없고 유료 판매로 이윤을 챙겨서도 안된다. 프리소프트웨어는 이를 이용하는 컴퓨터 사용자의 뜻을 모아 개발되는 공동체 소유이기 때문이다.

 카피레프트운동은 결과적으로 저작권을 담보로 영리활동에 나서고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나 기업의 존재가치를 부정하는 선에서 출발하는 셈이다. 복제와 개작에 의해 끊임없이 새로운 프로그램이 출현함으로써 소프트웨어산업이 발전하게 된다는 논리도 같은 맥락이다. 여기저기서 『개발자들은 모두 굶어죽으라는 얘기냐』라는 비아냥이 쏟아졌음은 물론이다.

 이에 대해 리처드 스톨먼은 『저작권 보호가 유일한 이윤창출 방안이라는 생각은 단지 그런 방식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편견 때문』이라고 공박한다. 사용자들 입장에서 볼 때 프로그램은 얼마든지 무료로 받을 수 있지만 관련된 서비스나 기술지원이 필요할 경우는 돈을 지불해야 한다. 이윤은 여기서 창출돼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동조하는 개발자와 사업가들이 모여 만든 단체가 프리소프트웨어재단(FSF)이다. 그리고 FSF가 전세계 지지자들로부터 모금한 돈으로 탄생한 소프트웨어 가운데 하나가 리눅스다.

 발표 10년이 가까워지는 이 리눅스가 올해 들어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다 못해 금세라도 전세계 IT환경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듯한 기세로 그 위용을 뽐내고 있다. 레드햇과 VA리눅스시스템스 같은 기업의 부상도 이와 때를 같이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리눅스의 급부상이 카피레프트 운동의 결실 때문이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일 것 같다. 그 원인을 찾아보면 지난 98년 6월 윈도98 출시를 전후해서 미국 법무부가 독과점 등으로 마이크로소프트(MS)를 제소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반MS 또는 반윈도 정서가 리눅스 선풍을 불렀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리눅스는 저작권 기반의 윈도 운용체계 대안으로 부상한 셈이다. 이런 배경에서 기업들은 윈도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저마다 MS의 독점에 대한 폐해를 부각시키며 구입(도입) 비용이 저렴한 리눅스로 「바꿀」 것을 호소하고 있다.

 그 어느나라보다 반MS 정서가 강한 우리 상황도 마찬가지다. 지난해까지 고작 한두개사에 불과했던 리눅스관련 기업이 이제는 전문회사만 100개가 넘었다. 단 한종이라도 리눅스관련 제품을 내놓은 곳은 이보다 몇배나 더 많다고 한다.

 그렇지만 국내외를 막론하고 리눅스제품들은 마구 쏟아지는 데 비해 그 실질적인 이용상황은 아직 마니아의 취미생활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일반 사용자 입장에서도 윈도환경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굳이 시간과 노력과 비용을 투자해가며 리눅스로 바꿀 이유가 있느냐고 반문한다. 대체 어디에 문제가 있을까.

 리눅스기업들이 MS를 강력하게 부정하는 마케팅전략을 구사하면서도 실제로는 제각기 MS를 흉내내는 데 그치고 만다는 지적이 바로 그것이다. 윈도와 전혀 다른 배경에서 탄생된 리눅스를 윈도처럼 판매하려는 최근의 여러 양태들은 좋은 실례다.

 사용자 입장에서 윈도와 리눅스의 차이, 혹은 MS와 리눅스기업의 차이를 인식하지 못한다면 「바꿔지는」 것은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카피레프트운동도 이것을 경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