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라인> 빌 게이츠의 경고

금기현 컴퓨터산업부장 khkum@etnews.co.kr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 빌 게이츠 회장은 새해 초 CNN 「래리 킹 라이브쇼」에 출연해 2000년 첫날 우려했던 컴퓨터 2000년 인식오류(Y2K)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안심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앞으로 수개월 후 컴퓨터 시스템에 고장이 발생했다는 얘기를 많이 듣게 될 것』이라며 『그 Y2K문제가 대파국을 몰고올 정도는 아니지만 산업계 전반에 상당한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빌 게이츠는 특히 구형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는 중소기업이 Y2K문제를 겪을 확률이 높다며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Y2K문제와 관련해 가장 위험이 높은 새해벽두에 별다른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해서 Y2K문제가 완전 해결됐다고 여기는 것은 잘못됐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물론 빌 게이츠의 이러한 경고를 두고 「불안을 조성하는 발언」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도 없지 않다.

 하지만 만약을 위해 대비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위험에 대처하고 해결책을 준비하는 순간 그것은 더이상 위험이 아니다. 이러한 점에서 빌 게이츠의 경고를 그냥 무시해서는 안될 듯싶다.

 사실 그의 충고를 뒷받침하는 자료들이 속속 나오고 있는 것을 봐도 그렇다. 미국의 정보통신 전문 조사기관인 가트너그룹은 『2000년 첫 2주 이후에 많은 Y2K문제가 일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언론들도 1월 1일을 무사히 넘겼다고 Y2K문제가 일단락됐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는 논조의 기사를 게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불안속에 지켜봤던 Y2K문제가 현재까지 큰 사고 없이 무사히 넘어가고 있다. 물론 소규모병원과 아파트, 자영업자 등에서 16건의 경미한 Y2K문제가 발생하기는 했지만 Y2K문제를 해결하는 데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외형적 성과만을 두고 본다면 이같은 평가는 어느 정도 인정해 줄 만하다.

 그러나 Y2K문제의 완벽한 해결을 논하기에는 시기상조다. 정성을 들여온 Y2K문제를 성공적으로 매듭짓기 위해서는 앞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우선 컴퓨터의 연도인식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날을 예상해 사전에 대비해야 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연월일이 하나씩 늘어나는 이달 10일을 비롯, 처음 달이 바뀌는 2월 1일, 윤년으로 하루가 많은 2월 29일에 컴퓨터가 오류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또 2000년의 99번째되는 4월 9일과 연월일이 하나씩 늘어나는 10월 10일도 안심할 수 없으며 컴퓨터가 2000년을 윤년으로 인식해 올해 마지막 날인 12월 31일에 1년을 366일로 계산하는지 따져봐야 한다.

 컴퓨터 이용자들이 주의해야 할 이른바 「Y2K플러스 데이」인 이 날을 무심히 지나쳐선 안된다. 그러다간 1조원 이상 들여 힘들게 추진해온 Y2K문제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업무마비는 물론 대외적인 이미지 실추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또 Y2K 관련 바이러스에 대한 경계도 늦춰서는 안될 것 같다. 연말연시 Y2K 비상태세 기간 20여종의 Y2K 바이러스들이 등장했다. 그동안 이들 바이러스에 의해 피해를 입은 사례는 없지만 지난해 12월 31일부터 새해 1월 4일까지 정부에 접수된 Y2K 바이러스 피해신고건수는 모두 346건에 달했다.

 여기에다 윈95/마이픽스 등 해외 신종 Y2K 바이러스까지 속속 국내에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는 Y2K 바이러스에 의한 피해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Y2K 바이러스로 애써 추진한 Y2K문제가 잘못되어선 되겠는가. 철저한 시스템 점검과 백신개발로 Y2K 바이러스의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해야 한다.

 빌 게이츠의 경고가 아니더라도 Y2K문제에 대한 우리의 대비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