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라인> IT주 추락을 바라보며

이윤재 디지털경제부장 yjlee@etnews.co.kr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경제 대통령이라 불릴 정도로 그 영향력이 막강한 사람이다. 그런 그가 FRB 의장으로 재신임을 받으면서 미국의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잘 알려진대로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가 증권가를 강타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곧바로 우리나라 증시에도 영향을 미쳐 주가가 연일 급락하고 있다. 특히 하늘로 치솟으면서 지난 세기를 마감한 코스닥시장의 속락은 투자자들을 아연 실색케 하고 있다.

 또 여기에는 지난해 천정부지로 올랐던 정보통신(IT)주의 폭락이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심상치 않음을 느낀다. 국내 주가하락의 원인이 미국 증시하락과의 연동이라는 일반적 추세를 감안하더라도 IT주 폭락은 또다른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물론 첨단 IT종목이 몰려 있는 미국 나스닥시장의 급락이 국내 IT종목에도 그대로 영향을 미쳐 코스닥시장이 추락하고 있다는 현실적 해석을 간과할 수 없다.

 하지만 그에 앞서 IT주에 대한 거품론을 이제는 심도있게 따져봐야 할 때인 것 같다. 지난해 말 IT주가 묻지마 상한가 행진을 벌일 때 일각에선 거품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기했지만 시장에선 전혀 먹혀들지 못했다. 오히려 이제라도 IT주를 잡아야 주식투자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는 군중심리가 팽배했으며 정보화 당위론이 이를 뒷받침까지 해줬다. 이로 인해 지난 연말에 IT주를 사들인 투자자들은 요즘 더한 당혹감에 휩싸여 있다. 한 투자자는 지난해 말 연일 급등하던 주식을 겨우 살 수가 있었는데 올들어 이틀만에 원금의 30% 이상을 까먹었다고 한숨을 토해낸다.

 그렇다면 요즘의 IT주가 폭락을 거품해소적 측면으로만 이해할 수 있을까. 먼저 IT산업과 비교해 볼 때 거품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정보통신과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IT산업은 이제까지의 성장세보다 더 가파른 속도로 급변하고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모든 산업과 기업이 인터넷을 빼놓을 수 없는 수단으로 여기기 시작했으며, 올해 정보통신 업종의 성장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상황이다. 즉 올해 IT산업은 지난해보다도 더 큰 성장세를 보이고 이에 따라 IT종목도 높은 평가를 받는 게 지극히 당연하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최근의 IT주가 하락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IT종목을 하나씩 들여다보면 상황은 좀 달라진다. 탄탄한 IT기술을 기반으로 착실히 성장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간단한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세인의 관심을 끌면서 주가가 폭등한 기업도 적지 않다. 여러가지 요소에 의해 결정되는 주식가치가 장래의 성장성 하나만으로, 그것도 불확실한 미래성으로 고평가됐다면 이는 거품 진단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인터넷을 비롯한 IT산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다. 이제는 5평짜리 사무실을 차려 놓고 국내외 시장을 상대로 한 비즈니스를 펼칠 수 있는 기업이 속출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시장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진입기회가 그만큼 많지만 유감스럽게도 정보시대의 시장경쟁 논리는 2등이 존재하기 곤란하다는 데 유의해야 할 것이다. 바꿔 말하면 지금 수없이 창업하고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어가는 기업 중 제대로 된 경쟁력을 갖추고 평가받을 수 있는 성공기업은 극히 제한적일 것이라는 얘기다.

 이런 측면에서 새 천년의 시작과 함께 불어닥친 이번 IT주 한파는 다시 평가받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제 IT주도 지난해와 같은 군중심리에 의한 폭등을 기대해선 안될 것이다. 또 그렇게 돼서도 안된다. 주가가 떼거리로 한꺼번에 올라가고 내려가면 결국 한탕주의만 더 조장하는 결과를 빚어내고 진정한 IT산업의 발전을 기대하지 못한 채 사회적 문제로 비약될 수 있기 때문이다.

 IT주도 이제부터 주가 차별화가 본격 진행될 것이라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