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라인> 인터넷 바로 보기

김경묵 인터넷부장 kmkim@etnews.co.kr

 세상이 온통 인터넷으로 난리다.

 마치 인터넷을 모르면 개인과 기업은 물론 국가도 앞날을 보장할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이제 미국을 비롯한 웬만한 국가에서 온라인시장에 진출하지 못한 기업은 대접받기 힘들어졌다. 시가총액 운운하면서 미래가치를 내세우는 잣대에 밀려 기존 공룡기업들은 자기 목소리 한번 변변히 내지 못하는 세상이 됐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이젠 코스닥시장에서 인터넷이 아니면 명함도 못내민다. 실제로 인터넷을 앞세워 억대도 아닌 수조원대의 기업가도 출현했다. 인터넷이 증명한 「코리안드림」을 좇아 젊은 인재들의 「직장탈출」도 러시를 이룬다. 인터넷을 단순한 수단으로 여기며 설마했던 대기업들도 이제 앞다퉈 인터넷기업으로의 변신을 외친다.

 새해 벽두에는 인터넷의 막강한 힘을 눈치챈 언론들도 신년특집을 앞세워 수개면을 인터넷으로 도배하는 발빠른 모습을 보였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그야말로 추상적인 「정보의 바다」 수준에 머물렀던 인터넷은 이제 「전능한」 요술방망이로 변한 셈이다.

 이같은 막강한 힘의 원천은 인터넷이 단순히 편리한 수단이 아닌 인간 삶 자체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것이라는 「대세몰이」가 가져온 결과다. 우리나라도 이 대세몰이에 힘입어 일단 조기 승차에는 성공한 듯 보인다. 또 산업화에 뒤처져 식민지 생활까지 경험했던 우리나라로선 얼떨결에나마 인터넷 물결에 조기 편승한 것은 행운이다. 가는 방향이 분명 맞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빨리 가고 제대로 가기 위해서는 이제라도 옥석은 골라야 하고 잡목과 재목도 분별해야 한다. 단지 온라인에 발을 걸치고 있다고 해서 인터넷을 조기 선점했다는 발상은 또 다른 화를 자초할 뿐이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온라인업계의 최강자인 AOL과 미디어업계의 최대 공룡기업 타임워너의 합병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상적으로는 대주주의 자리를 AOL이 차지했다는 점에서 양사의 합병은 「온라인 업계가 오프라인 업계에 항복문서를 받아낸 사건」으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역으로 보면 진정한 콘텐츠나 백인프라 없는 인터넷은 무용지물이라는 메시지도 담고 있는 게 이번 합병의 교훈이다.

 지난해 크리스마스때 정작 짭짤한 특수를 누린 업체가 오토바이 내지 자전거 배달업이었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주문은 온라인 쇼핑업체를 통해 했을지 모르지만 이를 배달하는 것은 온라인으로 불가능하다. 실생활의 운송인프라를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다.

 인터넷 비즈니스의 모델로 꼽히는 아마존은 최근 대형 창고 짓기에 열중이다. 온라인 주문을 받아 좀더 빨리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물류기지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반면 그간 매스컴에서 찬밥 대우를 받던 반스앤드노블은 모든 주문을 온라인화하기 위해 온갖 힘을 쏟고 있다.

 결국 목적은 같다. 고객서비스를 좀더 높이기 위해 온라인으로 시작한 아마존은 물류창고를 지으면서 오프라인으로 달음박질하고 반스앤드노블은 온라인시장으로 뛰어가는 셈이다. 그들은 조만간 어느 시점에서 만날 것이다. 아직 누가 이길지는 모른다. 단지 좀 더 많은 리소스를 갖고 고객서비스에 만전을 기하는 업체가 승리할 것이라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눈을 국내로 돌려보자. 최근 들어 나타난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의 하나는 오프라인에서 성공한 대기업들이 앞다퉈 인터넷기업으로의 변신을 선언한 일이다. 물론 여기에는 대세에 밀려 그저 선언적 의미만 담고 있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특히 오너에 대한 충성도(?)가 능력의 잣대가 되는 재벌기업일수록 그럴 가능성이 크다. 그래도 눈에 띄는 기업은 보인다. 바로 SK그룹이다. 정보통신·정유·상사·금융 등 오프라인에서 성공한 리소스를 한꺼번에 묶어 온라인을 통해 서비스하겠다는 발상도 그럴듯하지만 무엇보다 온라인사업의 주체가 최고경영층이란 사실이 SK의 성공가능성을 높여주는 요인이다.

 물론 우리나라 대기업 속성상 온라인사업이 돈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 경우(현재 700만명 정도인 인터넷인구가 1500만명 내지 2000만명에 이를 경우) 태도는 분명 180도 달라질 것이다. 엄청난 자금력을 앞세워 온라인업체를 잡아먹든지 대대적인 중복투자를 감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그때까지의 기회비용 손실은 차치하더라도 외국계 공룡기업들이 국내시장을 가만히 놔둘지는 미지수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시장이 빠르게 통합되는 환경에서 실물시장에서 거둔 성공담에 연연하는 것은 전혀 도움이 안된다. 온라인업체들의 선점 깃발도 환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더이상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구분이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특히 가상이나 사이버로 인식돼 온 인터넷이 결국 「네트워크에 의한 통합」이라는 실체로 드러난 이상 더욱 그렇다. 막연한 「인터넷 주술」에서 벗어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