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라인> 시스템을 바꾸자

모인 문화산업부장 inmo@etnews.co.kr

 밀레니엄 신년의 화두는 단연 디지털이다. 「비트」라는 것으로 상징되는 디지털 문화가 전통적 가치와 산업의 근간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수확체감의 법칙이 사라지고 노출의 빈도를 높일수록 생산력이 높아지는 세상이 됐다. 「아날로그」 방식의 사고로는 반쪽 시장만을 점유할 수밖에 없다. 어쩌면 그마저도 곧 잃어버릴지 모른다.

 1939년 뉴욕타임스는 세계박람회에 첫선을 보인 TV에 대해 다음과 같은 전망을 한 바 있다. 「텔레비전은 라디오의 경쟁상대가 되지 못할 것이다. 사람들은 앉아서 눈을 화면에 고정시켜야 하는데, 미국의 보통가정은 그럴 시간이 없기 때문」이라고.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미국은 지금 전인구의 절반이 매일 저녁 TV를 시청하고 있으며 TV를 통해 여가시간을 보내고 있다. TV채널은 말로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정반대의 결과는 또 있다. 디지털 혁명을 몰고온 인터넷이다.

 인터넷의 기원을 찾으려면 복잡해진다. 하지만 월드와이드웹이 출현하면서 제모습을 갖추었다고 보면 이를 원조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월드와이드웹이 세상에 선보였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학문적 연구에 불과한 매체로 보았다. 그러나 이같은 예상도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인터넷은 인류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확산된 미디어가 됐다. 미국에서는 인터넷 이용자가 5000만명을 돌파하는 데 걸린 기간이 겨우 4년에 불과했다 한다. 이는 라디오 38년, TV 13년, PC 16년에 비하면 엄청난 보급속도다. 이젠 모든 길이 인터넷으로 통하게 됐다.

 근착 외신은 국내 미디어업계에 커다란 충격을 안겨주었다. 미국의 복합미디어그룹인 타임워너와 최대 인터넷그룹인 아메리카온라인(AOL)이 합병해 AOL타임워너라는 세계 최대의 미디어 엔터테인먼트회사가 설립된다는 소식이 바로 그것이다. 이들 기업의 합병의미는 두말할 나위 없이 아날로그만으로는 더이상 「신경영」이 어렵다는 반증일 것이다.

 세상이 급변하고 있다. 아니 혁명의 바람이 일고 있다고 봐야 한다. 기업간의 합병과 전략적 제휴, 글로벌 경영 등은 더이상 남의 얘기가 아닌 셈이 됐다. 특히 콘텐츠의 환경변화는 놀라울 속도로 달라지고 있다.

 콘텐츠를 개발하더라도 일회성으로 만들어서는 상품가치를 인정받을 수 없게 됐다. 네트워크 등과 상호 작용이 가능한 미래의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 TV채널도 마찬가지다. 개별화된 채널을 모색하지 않고서는 살아남기 힘든 세상이 됐다. 미래를 예측하는 프로그램 개발을 전제하지 않고서는 영상산업의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 문화(콘텐츠)산업에 대한 집중투자와 규제완화의 정책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에 서있다.

 미 상무부는 지난해 문화산업을 국가의 전략적 기간산업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아래 「창조적 미국」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이 보고서의 골자는 문화를 산업화하기 위해 각종 규제를 철폐하겠다는 것이다. 영국이나 가까운 일본도 「쿨 브리타니아」운동과 「긴급제언」이란 선언문을 통해 문화산업을 기간산업화하는 데 온힘을 쏟고 있다.

 디지털시대의 꽃은 콘텐츠다. 바로 용도 때문이다. 콘텐츠는 그래서 인터넷 바다의 원천임과 동시에 주요 판매상품으로 꼽힌다. OECD 보고서에 따르면 콘텐츠로 대별되는 「비트상품」의 상당량이 인터넷을 통해 거래될 것이란다. 현재 인터넷을 통한 콘텐츠의 국제 교역규모는 약 7%에 불과하지만 이의 규모는 더욱 확대될 것이란 분석이다.

 따라서 다양한 콘텐츠의 개발과 확보는 디지털시대를 열어가는 첩경이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회 전체의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 정부의 각종 규제가 철폐되고 산업계의 콘텐츠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야 하며 교육계의 풍토가 변해야 한다. 특히 우리 사회 저변에 깔려 있는 아날로그 사고방식을 훌훌 털어내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미래의 산업을 살찌우고 문화의 사대주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 길을 걸어야만 디지털시대의 강국이 될 수 있다. 신기루라면 몰라도 눈에 보이는 미래의 세계를 앞두고 그 낡은 시스템으로 인하여 또다시 뒤처져 걸어갈 수야 없는 것 아닌가.